가수 싸이가 대세긴 대세인 모양이다. 싸이의 경기대 공연은 '경기대첩'이라 불릴 만큼 관객들의 열기가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월드스타의 대학투어에 지역주민 전체가 들썩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학축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열정이나 패기보다는 왠지 '싸이'만 남았다고 느끼는 것은 나 뿐일까. 과연 사람들이 축제를 즐긴 것인지 유명가수의 공연을 즐긴 것인지 언뜻 구분이 가지 않았다.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근래의 대학축제는 '어느 학교에서 어떤 축제를 마련했다'는 것보다 '어느 학교에 어떤 가수가 나왔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곤 한다. 어느새 축제의 초점은 학생들이 아닌 초대가수에 맞춰져 버린 느낌이다.
요즘 대학축제가 그 학교의 문화나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유의 색깔을 잃은 채 그저 놀이판이 돼 가는 것 같아 아쉽다.
대학축제는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전시, 공연 등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학교 특유의 문화를 선보일 수도 있는 귀중한 기회가 축제다. 그런데 요즘 대학축제를 보면 낮에는 물풍선 던지기 게임, 칵테일바 등의 진부한 프로그램들이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고 밤에는 온 학교가 주점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유명 초대가수의 콘서트로 어설픈 축제는 마무리되는 식이다. 이렇듯 축제 본연의 취지는 퇴색된지 오래이며 모든 대학축제가 엇비슷해진 양상이다. 마치 정형화된 공식처럼 유명가수 부르고 술판 벌이고 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대학축제의 주인공은 대학생이다. 개인적으로 가수의 공연을 굳이 대학 축제에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축제 무대에는 가수보다는 대학 내 음악동아리의 밴드가 서는 것이 더 보기 좋다. 더 이상 술이 판치는 유흥문화를 지향하거나 축제의 흥행만을 위해 가수들을 초청하는 데 혈안이 돼선 안 된다.
가수들에게 지불되는 높은 개런티를 학생들에게 지원해서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대학축제라고 본다.
다음 축제에는 '싸이'보다 '학교', '패기', '열정' 등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김선미
대학축제 주인공, 가수가 아닌 대학생
입력 2012-10-1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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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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