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이목동의 지지대고갯길 사이에 난 작은 오솔길을 시원한 가을바람이 먼저 지나간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개통에 앞서 일부 공개된 삼남길에는 곳곳에 소박한 매력이 숨어있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교외의 좁은 길처럼 보이지만 길목마다 리본이 걸려있다. 동화 '헨델과 그레텔'의 헨델 남매처럼 곳곳에 숨어있는 표시를 따라가다보면 '과자로 만든 집'은 아니지만 가을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직 추곡을 마치지 않은 황금빛 들판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오래 전 아낙들이 모여 수다를 떨었을 마을 빨래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원~화성~오산 잇는 34㎞ 도보길
곳곳에 옛 정취 물씬나는 역사문화탐방로
길목마다 걸린 리본따라 소박한 걸음

마치 풍경화 속을 걷듯 이름모를 들꽃들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알려지지 않은 연못 하나가 지친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또 조선시대의 문화재에서부터 1950~60년대 사용됐던 오래된 물건들까지, 삼남길 곳곳에 흩어져있는 보물들을 찾아보다보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듯하다. 특히, 삼남길은 오랫동안 잊혀졌던 우리 민족의 길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상상력을 더한다.

과거시험을 위해 한양을 향하던 선비들의 청운에 부푼 꿈과 짐을 한가득 실고 장터를 찾아 떠나던 장돌뱅이의 일확천금의 꿈까지 이 길위에 펼쳐졌었다는 것을 상상하다보면 어느새 일상의 무게와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포근한 감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삼남길은 조선시대에 한양과 삼남지방(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잇던 민족의 대동맥이다. 최근 경기문화재단과 (사)아름다운도보여행은 조선의 실크로드 삼남로의 경기도 일부 구간을 역사문화탐방로로 구축, 13일 오후 3시 수원 서호공원 광장에서 개통식을 갖는다.

이번에 개통되는 삼남길은 수원시와 화성시 오산시를 잇는 구간으로 총 34㎞에 이른다. 옛 삼남길의 원형을 최대한 따르면서도 방문객들을 위해 경치가 좋고,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장소를 구간안에 담았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조선시대 국방과 교통의 중요한 역할을 한 삼남길이 2012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보길로 거듭난다"며 "걷는 즐거움과 역사 속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 길을 걸으며 건강도 찾고 옛 사람들의 정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