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大選) 정국에서 중소기업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숫자이다.
표심(票心)이 중요해지면서 중소기업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는 방안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무책임한 립서비스에 비해서는 반가운 제안이기는 하지만, 정부조직 격상만으로 중소기업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보는 철학이 제대로 서는 것이며, 기존 정책에서 부족했던 측면과 새로운 시대적 요청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물론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중소기업부' 승격에 찬성한다. 그 이유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 기능이 강화된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내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중소기업부' 승격에는 찬성하지만, 조금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 관할 정부 조직은 무조건 중소기업의 생존을 늘려주는 관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중소기업 정책은 앞으로 '시혜성'과 '성장성'이라는 두 관점을 구분해서 추진하길 바란다.
여기서 '시혜성'이란 사회 안정 측면에서 보호해야 할 기업군(群)에 대한 지원책이며, '성장성'이란 경제체질 강화 측면에서 키워야 할 기업군(群)에 대한 육성책이다. 중소기업 정책에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시혜성'과 '성장성'의 균형이다. 기존 정책은 '시혜성'에 너무 치우친 편이어서, 중소기업이 시장 경쟁력은 약하지만 정부 정책에는 우등생인 '마마보이'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 경제가 요소투입형 발전에서 혁신형 성장을 요청받고 있다. 대기업군(群)만으로는 이 혁신형 성장을 감당하기 어렵다. 중소부품업체들에서 혁신이 나와야 글로벌 경쟁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견인차로서 부상해야 하며, 그들에게서 '일류 기업'이 나와야 한다.
우량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해야 하는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여야 하며, 또 일류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은 존속형 중소기업들을 생존시키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 중 차별화 정책의 비중이 높아져야겠다. 차별화란 우량 종(種)과 불량 종(種)을 구별하는 정책을 말한다. 우량 기업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자원 배분의 왜곡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차별화 정책이 바로 중소기업의 성장 통로를 여는 정책의 단초이다.
한정된 총량속에서 움직이는 자원배분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가야할 정부지원이 경쟁력없는 곳으로 흐르는 건 좋지 않다. 만약 정책 지원에 의해서만 겨우 생존하는 중소기업들에 자원이 흘러간다면 그건 분명히 자원배분의 왜곡이다.
이러한 왜곡은 중소기업 전체의 유인체계를 왜곡시켜 건실하게 경영하는 중소기업들의 의지마저 꺾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카테고리 킬러'가 나오기 어렵다.
우량 싹이 더욱 잘 될때, 우수 인력이 중소기업에 몰려들고, 청년들의 창업 꿈이 더욱 많아지며, 투자 자금이 중소기업쪽으로 몰려들 수 있다. 이처럼 차별화 원리만 제대로 서도 악순환에 빠진 한국 중소기업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마이클 포터는 국가경쟁력을 '글로벌 기업의 모국(母國)이 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가슴에 와닿는 국가경쟁력의 정의이다. 일류 글로벌 기업을 키우자면, 일류 중소기업이 일류로 대접받아야 한다. 이것이 중소기업의 위상을 높이 사고 그들을 진정으로 대접하는 방법이다. 이런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야만 '중소기업부' 승격도 진정한 의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