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근현대기 교육 현장의 귀중한 사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 그리고 6·25 전쟁을 거쳐 산업화 시대로 이어지는 격동의 역사에서 인천 교육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록과 유물들이다. 또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교실의 헌 나무 책걸상, 선생님 몰래 까먹던 추억의 양은 도시락, 빛바랜 수학여행 흑백사진 등은 학창시절 아련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각계서 1만3천점 기증받아
시대별 학교생활 엿볼 기회
김구 선생 유물등 추가확보
지난 17일 찾아간 만월초등학교 '인천교육사료보관소'. 인천시교육청이 교육박물관 설립을 위해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집한 교육 사료들을 한데 모아둔 곳이다. 교육계 원로와 전·현직 교원, 학교 등이 기증한 사료들은 이미 총 1만3천점에 달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긴 학습 교재들이다. 책 겉표지에 한자로 '조선총독부'가 적힌 '초등지리' 등 일제강점기 교과서, 이승만 대통령의 집필 서적이 소개된 '독립정신'이란 교육용 책자, 학생들에게 읽히기 위해 만든 '독립신문' 축쇄판 등이 대표적이다.
시교육청 곽귀철 학예연구사는 그 시절 인천시가 제작한 '레코드판(LP)'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 음반 제목(새마을노래 80만의 애향심 새마을 새인천 유신하는 항도인천)에서 보듯 당시 사회 모습이 다 함축돼 있다"고 했다.
개개인의 삶과 소중한 추억들이 담긴 의미있는 사료들도 눈에 띄었다. 한 퇴직 교사는 고이 보관해오던 아들의 어린 시절 일기장과 성적표 등을 기증했다. 교육계 원로는 누렇게 바랜 종이에 적힌 1964년 10월15일자 월급명세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원로의 월급은 4천967원으로, 교육회비·퇴직보험·친목회비 등을 제외하고 2천319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시대별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도 많았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어느 중학교 학생들의 집필 문집, 담임교사가 자필로 쓴 가정통신문, 학생이 교과서 대금 등을 냈다며 학부모에게 보낸 교장 명의의 영수증, 동구 송림동의 한 아이 앞으로 온 취학통고서….
기록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시교육청 최광서 총무과장은 "인천 교육의 숨은 역사 유물은 후세에 물려줄 가장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며 "역사학자들이 과거 인천 교육의 실상을 연구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한편 강화 합일초등학교에서는 소장하고 있던 김구 선생의 '弘益人間(홍익인간)'과 이범석 장군의 '危國育才(위국육재)' 친필족자 등 주요 사료들을 시교육청에 기증키로 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