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일선 시군들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놓고 벌인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뒤 규제안을 다시 짜고 있다. 이해 당사자간의 협의를 거쳐 전통시장 장날을 휴무일로 지정하거나 일요일이 아닌 특정 날짜에 영업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골목 상권과 대형마트측간 '상생'이 전제된 새 규제안은 타 지자체로부터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상당수 시군들, 조례안 문제점 '인정'
일요일 대신 날짜지정 등 포괄적 개정
이해 관계자간 합의안 이끌어내 눈길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등과 영업제한을 놓고 행정소송을 벌인 시군은 수원시를 포함 16개 시군으로, 가평군 등 15개 시군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를 아예 시행하지 않았거나 이해 당사자간 별다른 갈등이 없는 곳이다.

행정소송이 불거진 16개 지자체 가운데 5곳은 이미 패소했고, 11곳은 소송이 아직 진행중이지만 이들 시군은 소송과 별도로 조례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소송까지 거친 마당에 평행선을 걸을 것만 같았던 대형마트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합의점을 찾은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고양시와 광명시·김포시 등 3개 시는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한 오류를 수정하고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매월 2일 이내'라는 포괄적인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상생의 규제안을 다시 짰다.

고양시의 경우 '둘째·넷째 일요일'로 정해져 있던 휴무일을 '1일·15일'로 결정, 12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일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한 것에 대한 대형마트의 불만을 소비자와 전통시장 상인, 마트 관계자의 모임인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에서 수용한 것이다.

광명시와 김포시는 조례는 포괄적으로 개정했지만, 영업제한 방식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까지 상생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행정소송을 거친 이들 3개시와는 별도로, 파주시는 문산(4일·9일)·금촌(1일·6일)·광탄(5일·10일) 등 지역별로 서로 다른 5일장날 중 이틀을 해당 지역 마트의 휴무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통시장, 골목 상권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갈등이 한바탕 행정소송으로 비화된 이후, 결국 상생의 규제안이 곳곳에서 다시 짜여지고 있다"며 "이들 4개 시가 각각 수십차례의 논의 끝에 이끌어 낸 합의안은 전국 타 지자체로부터 벤치마킹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해민·이경진·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