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를 해온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은 이를 관행으로 여겨온 교육계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이 조직적으로 학교 운영에 개입해 교과서 선정에 막후 역할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와 교육과학기술부 및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감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교과서 채택 비리, 의약품 리베이트 못지않다 = 업계 증언에 따라 드러난 교과서 불공정 선정에 개입한 총판들의 행위는 영업 리베이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의약품시장 못지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교과서를 직접 발간하는 출판사들이 총판과의 영업계약을 통해 이를 총괄하고, 총판들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불공정 선정 과정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서 불공정 선정 논란을 일으킨 지도서 배포 역시 출판사가 아닌 총판들을 통해 학교에 유입된 점을 비춰봐도, 총판들도 출판사와의 계약에 얽매여 불공정 행위에 몸바치는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총판 관계자는 "일선 영업 몫은 총판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총판 한 곳이 출판사 여러 업체의 영업을 대행하기도 한다"며 "교과서 선정이 총판과의 계약 유지는 물론, 서점·학원 등 자신들의 영업현장의 이익과도 직결돼 과잉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출판사만 배불리는 불공정 행위 = 출판사들이 영향력 있는 교사들을 섭외해 책을 만들고, 영업은 총판들에 맡기며 뒷짐을 지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막대한 교과서 판매 수익은 온전히 출판사들의 몫이다. 국회 교과위 소속 김세연(새누리당) 의원은 국감을 통해 최근 1년 사이 고등학교 교과서 가격이 200% 이상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출판사측 법인인 한국검정교과서측 직원이 가격 심사에 참여, 심사대상이 심사를 하는 모순된 일이 발생하기도 해 비난을 받았다. 김 의원은 특히 교과서 납품과 관련한 대형 비리가 터져나와도 교과부는 수수방관만 했다고 지적했다.

■ 교육계도 심각성 인정 = 지난 2010년 전교조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국 평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교육계 비리를 전국적으로 만연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 특히 교과서 및 교과서와 관련한 채택비리에 대해 44.7%가 만연해 있는 현상으로 꼽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서 선정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는 어느 출판사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해 있는 상태"라며 "교과서 총판 관계자들이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학교장들과 친분을 과시하고 다닐 정도"라고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서는 학생을 위한 것으로 불공정 행위 만연은,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 침해"라며 "전반적인 점검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