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문명생활 이면 곳곳에
대형사고 가능성 산재
국가는 위험요소 체계적 관리
국민의 안전보장 책임져야
사회구성원 개개인도
위험요소 제거 적극 대응 필요
우리는 이런 위험물질을 제조, 저장, 운반, 사용하는 과정에서 시시각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어디 맹독성 화학물질뿐이랴. 폭발성 있는 가스, 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동위원소 등 우리의 문명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양면의 얼굴을 가진 위험요소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인류는 이런 극도의 위험성을 성공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고 그에 따라 우리의 생활에 들여와 유용하게 쓰고 있다. 그러면 위험한 상황은 언제 발생하는가. 위험을 제어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그 즉시 발생한다.
그 실패는 이런 극도의 위험은 단지 '제어'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 발생한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인간은 위험환경에도 쉽사리 적응해서 일상화된 위험은 더 이상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개인의 안전의식에만 의지하는 위험관리는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은 믿을만한 것일까?
위험관리 시스템에서 최상위에 있는 것이 국가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위험이 닥쳤을 때 국가는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험이 발생하는 것은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다기한 현대 문명사회에서 완벽한 시스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왕왕 제 목숨도 달려 있는데 오죽 잘 관리할까 하고 믿어 버리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다.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데도 그러니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고공 놀이시설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번지점프 시설의 줄이 끊어지는 일이 생긴다.
우리는 자기의 목숨이 달린 안전의 문제를 손쉽게 남의 손에 맡긴다. 시스템을 믿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사소한 잘못이 한 방향으로 중첩될 때 온다. 어느 한 사람이 어느 한 과정에서만이라도 잘못을 발견하고 시정하면 사고에 이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복합적인 부실의 결과이자 사회기강의 문제와 결부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본분 중에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태민안(國太民安)이 정치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가 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조직과 우리 사회의 기강이 제대로 서 있고 작동이 되고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산재사고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1:29:300의 법칙을 정립한 것인데 전조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즉, 1건의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작은 규모의 유사사고가 29차례 발생하고 그 전에 300차례의 징후가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조정보를 유념해서 관리하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정적인 위험관리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전조정보 관리 시스템'이 개발 활용될 가치가 있다. 우리의 장기인 IT기술을 활용하면 된다. 현장에 떠다니는 위험 관련 전조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인공지능분석 프로그램으로 위험인자를 가려내어 집중적으로 점검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목숨을 시스템에만 맡길 수는 없다. 위험관리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몫을 해야 하는 주체는 위험에 직접 맞닥뜨리게 되는 개개인이다. 이때만큼은 불신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내 안전은 내가 챙긴다는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가장 극복해야 할 과제는 '설마'와 '부담스러움'이다. 남들은 가만있는데 따지기가, 나서기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안전을 따지고, 위험요인을 보았을 때 종을 치고 호루라기를 부는 것이 내 목숨과 우리 사회를 위험에서 구하는 길임에야 다른 불만을 제기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