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40·여)씨는 서울에 거주하다 올초 고양시로 이사를 왔다. 그가 서울을 떠난 것은 비싼 집값도, 원거리 출퇴근도 이유가 아니다.

주변 아파트 전셋값 들썩
41곳 학급당 30명 넘어서
도교육청, 중간점검 시급

사교육 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혁신학교로 전학시키는 '현대판 맹모'의 길을 선택한 것.

윤씨는 "혁신학교의 특화교육이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게 엄마들의 생각"이라며 "아직 1년이 채 안돼 효과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혁신학교가 출범 4년째 접어들면서 교육의 한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혁신학교 지정이 주변 아파트 전셋값을 흔들정도로 영향력이 세진 것도 사실이다.

각종 교육 커뮤니티에는 혁신학교로의 전학을 문의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혁신학교에 대한 열기는 곧바로 역설적 효과를 가져왔다.

'작은 학교'를 지향하며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전파시키겠다는 것이 혁신학교의 미래였지만, 늘어나는 학생으로 학급을 증축하며 대형화의 길을 걷는 사례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154개 혁신학교중 41곳이 학급당 인원 30명을 넘고 있다. 작은학교 및 학급조성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창의성을 이뤄내겠다는 게 혁신학교의 목표였지만, 상당수 혁신학교는 밀려드는 학생으로 일반학교보다 못한 교육환경에 처해 있다.

광명의 A초교의 경우 지난 2010년 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됐고, 우수교육모델 개발 등으로 교육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전학처리가 자유로운 초교의 특성상 인기학교가 되면서 전학생이 몰려 들었고, 올 1학기에는 학급당 학생이 50여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2학기에 8개 교실 증축으로 그나마 학급당 학생수가 30명대로 떨어졌지만, 학생 유입이 지속돼 이마저도 시한부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회의에서 위장전입자를 적발해 강제전학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차원에서 학급 증설 및 교원 보충 등 부작용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전 학교의 혁신화가 혁신학교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혁신학교에 대한 중간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성·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