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인간의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임에도 향정신성 약물로서 규제를 받지 않는 유일한 물질이다. 과거에는 알코올 중독을 법적·도덕적 위반으로 간주해 왔으며, 의학적 장애로 바라보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사회는 알코올 의존증을 당뇨·암 등과 같은 질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질병으로 증명될 수 있고, 묘사될 수 있으며, 예견된 사건과정과 결과를 가지며, 치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코올 의존증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많은 의학연구들에 의하면 알코올 의존증은 생물학적 소인과 심리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 의존증의 유전적 원인에 대한 연구들에서 부모가 알코올 의존증인 경우 자녀들이 알코올 의존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란성 쌍둥이에서 이란성 쌍둥이보다 알코올 의존증 일치율이 두 배 높다고 밝혀졌다(54% vs 28%).
심리학적 요인으로 알코올 의존증을 설명하는 이론들도 다양하다. 특정 정신병리 단독으로 알코올 의존증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대인관계의 갈등에서 자기 주장을 쉽게 말하지 못하거나 반박을 어려워하는 성격 유형이 흔히 관찰된다.
또는 너무 양심적이거나 아니면 양심이 없는 사람에서도 알코올 의존증이 쉽게 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학자는 '적대감-죄의식-자학적 경향' 이 음주를 탐닉하게 하고, 음주 탐닉이 다시 욕구좌절을 유발함으로써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하기도 하였다(Knight).
사회적 요인도 중요한데, 원만한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음주를 권하는 풍토가 알코올 의존을 증가시키는 원인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보편적으로 음주에 대해 관대한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알코올 의존증의 발생을 조장하는 면도 없지 않다고 하겠다.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인격장애 등 다른 정신건강의 문제로 인해 이차적인 알코올 의존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여성 알코올 의존증의 경우 상당수가 알코올 자체를 좋아해서라기보다 우울증이나 불안증, 불면증으로 인한 고통을 벗어나고자 음주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알코올 의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저에 있는 일차적인 정신과 질환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를 요하는 많은 환자들은 "저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요" 라고 하거나, "술 문제가 있긴 하지만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알코올 의존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중독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부정), 가볍게 생각하고(최소화), 또는 다른 사람이나 상황의 탓을 한다(투사, 합리화).
치료를 받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 의 상당수는 가족들이나 의사가 생각하는 질환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모습을 흔히 보인다.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정심리가 스스로를 해치는 원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서 환자 본인이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알코올 의존증에 있어서도 환자 본인이 자신의 질환을 인정하고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나아지려는 노력을 한다면, 알코올 의존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