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놀이공원과 공사현장을 돌며
전선을 몰래 훔쳐온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10년 전에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실상 사망자 신분이었습니다.
채널A 제휴사인
경인일보 권순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캄캄한 새벽.
놀이공원에서 한 남성이
굵은 전선을 둘러매고 급히 자리를 뜹니다.
그리곤 피복을 벗긴 구리선만
배낭에 챙겨 달아납니다.
최근 1년간 놀이공원과 지하철 공사현장을 돌며
20차례나 전선을 훔친 41살 박모 씨.
그런데 경찰이 잡고보니
박 씨는 이미 숨진 사람이었습니다.
주민등록이 말소돼 사망자로 분류된 겁니다.
[인터뷰 : 최성식/ 부천원미경찰서 강력4팀장]
"주민등록번호로 조회를 해보니까 경찰전산망에
사망자로 나타났고, 십지 지문까지 찍어보고 했더니
그 때도 계속 사망 사실로 나타난 겁니다."
가정불화 때문에 집을 나온 박 씨는
가족들의 실종신고 후
10년 넘게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고
2년 전 사망자로 분류됐습니다.
주민등록 말소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박 씨는
결국 절도행각을 시작했습니다.
딱한 사정을 알게된 경찰은
헤어졌던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인터뷰 : 피의자 박 모 씨]
"형도 다시 연락이 됐고 앞으로는 살아야죠.
5년 전의 제 모습처럼요. 열심히 일해서..."
경찰은 개인적 상황은 안타깝지만
죗값은 치러야 한다며
박 씨를 절도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인일보 권순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