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평론가
어느 선거나 부동층의 향배가 승패를 가른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부동층이 줄어들고, 대신 '스윙 보터'라고 불리는 유동층이 선거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이들은 현재 10%내외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 변동은 그래서 거의 한 달째 고착화된 상태이다.

통념적 분석은 각 후보의 공약이 결정적 차별성을 드러내지 않고, 정수장학회와 NLL 공방, 야권후보 단일화, 여성대통령론, 투표시간 연장 관련 등 정치공학적 접근이 유난히도 대선 정국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지지율의 고착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6대, 17대 대선때의 수도 이전이나 대운하와 같이 대선의 명운을 가를 대형 공약이 없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한국정치 관통 '진영논리'
보수 vs 비보수 구도 양분
후보3인 지지율 고착화
정책·공약도 큰영향 못미쳐
10%내외 변덕스런 유동층
승패 좌우할 키 가져

그러나 유심히 들여다 보면 한국정치를 관통하는 진영논리가 주범이다. 한국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와 진보의 양립 구도가 아니라, 보수 대 비보수의 구도이다. 현재의 정당체계로 보면 새누리 대 비새누리의 얼개로 짜여져 있는 형국이다.

진보가 집권했던 15대 선거는 DJP 연합으로 진보 진영이 승리할 수 있었다. 이는 보수의 분열로 인한 보수 진영의 패배로 보는 것이 야권의 단일화로 보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다.

보편적 분석과 전망에 의하면 결국 이번 대선의 표심은 40대와 50대 초반이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대학시절에 민주 대 반민주의 정치구도를 타파하는 대열에 섰던 나이든 386이 현재의 40대 중후반과 50대 초중반이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을 꼽는다.

그러나 이는 어찌보면 도식적 분석이다. 부산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지역이라고 하고, 충청은 영원한 캐스팅 보트다. 호남은 또 어떤가. 야권 지지의 정치적 상징이지만 지난 총선때 새누리당의 약진도 돋보였던 지역이다. 제주와 강원은 유권자의 비율은 적지만 어차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어느 지역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러한 분석은 대선의 핵심을 관통하지 못한다.

박근혜 후보의 갈 길을 더디게 만들곤 하는 이른바 '과거사' 논란은 생각보다 박 후보의 결정적 아킬레스건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역설적 현상이다. 유신에 대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것과 '정치발전을 지연'시켰다는 인식을 보인 것은 나름대로 진전된 발언이라고 보자.

그러나 인혁당 사건과 정수장학회 관련 발언에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결정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여론조사 시기와 기관에 따라 지지율의 혼조가 보이긴 하지만 세 후보의 대결구도에서 대체로 박 후보는 40%대, 문 후보와 안 후보는 20~25%대에서 고착되어 있다.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40~45%대로 여야 후보 지지율의 등락이 엇갈린다. 웬만한 정치적 충격이나 반전의 카드로는 지지율의 고정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45%대의 보수층은 박 후보의 어떠한 실수에도 관대하다. 정책이나 공약은 별로 의미가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냈던 '노사모'의 응집력 못지 않게 표의 충성도를 자랑한다.

그것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장 시대에 대한 회고적 지지에 기반하거나, 봉사와 배려의 아이콘처럼 인식돼온 고 육영수 여사와 박근혜 후보에 대한 중첩적 이미지가 작동했거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야권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지지층, 또는 집토끼라고 정치권에서 표현하는 지지층은 야권의 어떤 실언이나 실수에도 관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것이 한국정치를 퇴행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른바 진영(陣營)논리다.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구도의 정치적 잔재가 아직 청산되지 않고, 성장 이데올로기와 안보논리가 정권을 유지하는 기제로 작동했던 어두웠던 시대의 잔영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대결은 선거 정국을 좌우할 추동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유권자들은 정책이나 공약을 따지려 들지 않는다.

결국 대선이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지향을 도출해 내는 정치 과정이 아니라, 양 진영의 차이를 확인하는 선거공학으로 일관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번 선거도 결국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10% 내외의 '변덕스런' 유동층(流動層)이 승패를 좌우할 키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18대 대선은 이래저래 '스윙 보터'의 선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