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의 불만을 무릎쓰고 문재인, 안철수를 골라야 했던 야권 지지층이나 개혁희구 세력들은 환호하고, 심지어 박근혜를 고집스럽게 구매하던 보수 유권자들까지 기획상품의 면모가 궁금해 매대 앞에서 장사진이다.
지각있는 사람들이 '문재인 안철수 1+1'이 공정거래에 위반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함성 속에서 그저 모기가 앵앵대는 소음일 뿐이다. 또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1+1'이 문재인, 안철수 마니아층 상당수의 반발과 구매포기로 이어져 시장에서 실패할 것이라 예상한다.
즉 '문철수'가 되면 안철수의 개혁희구 세력들이, '안재인'이 되면 문재인의 정통야당 지지세력이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의 지갑, 유권자의 표를 노리는 상품기획자들이 이런 위험을 방치할 리 없다. 그래서 가치연합을 강조한다. 문재인, 안철수 두 봉지를 투명테이프로 거칠게 묶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의 건빵과 개혁의 별사탕을 섞어 제공하겠다는 상품기획이다. 그럴 듯하다.
이제 2012 대선마트엔 단일화 기획상품전이 매장의 전면을 장악할 모양이다. 상품기획자들은 소비자들과 참여하는 단일화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단일화의 대표상품으로 누가 적당한지, 화학적 단일화를 위한 조건을 놓고 수시로 거리 시식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상당한 시간을 단일화 이벤트를 예고하는 티저광고를 쏟아낸 마당이니 소비자의 주목도는 압도적이다.
단일화 지지층은 연일 언론매체에서 쏟아지는 단일화 드라마를 즐길 것이고, 박근혜 구매자들은 "우리는 뭐 재미있는 이벤트 없나" 하고 짜증내며 TV 전원을 끄거나 묵음으로 시청하는 괴로움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그래서 '문재인, 안철수 1+1' 상품기획자들에게 주문한다. 단일화 상품기획을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말이다. 만일 단일화의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동안 대선마트 전체를 교란시킨 혼란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자는 것이다.
'1+1'의 결과가 100원짜리 박근혜를 매대에서 쫓아내려 단순히 50원, 60원짜리 문재인, 안철수를 겉봉지와 안봉지 과대포장했거나, 가치연합이랍시고 연합의 비율과 연대의 배합을 기계적으로 절반씩 섞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이다. 소비자, 아니 유권자들도 이미 학습효과가 있으니 이번의 단일화 기획상품전의 결과를 끝까지 주목한 후에 최종선택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 상품선택을 미룬 소비자라면 더욱 그렇다. 잔치판에 난데없는 딴죽이라 지적하면 할 말 없지만, 18대 대선마트에 입장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단일화 이벤트 하나로 집약된 상황에서 단일화 결과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어떤 선택도 가능하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이런 상황은 야권 스스로 조성한 것이니 종결된 상황의 결과에도 책임지는 것이 공정하고 당연하다.
참 박근혜는. 안타깝다. 세 상품 중에선 그래도 커 보였던 박근혜가 갑자기 왜소해지고 소비자의 시야에서 희미해졌으니 말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보수 유권자들은 속이 얼마나 쓰릴까. 진작에 포장을 바꾸든지 내용물을 혁신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에도 소비자들의 공감이 없다.
역사의 과오를 인정해 역사의 영광을 복원하는 역사적 통찰과 드라마틱한 상상력의 부재가 주식회사 새누리의 비극이다. 이제라도 소비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이벤트를 발굴하든지, 아니면 야권의 단일화 블랙홀이 스스로도 소멸시키기를 기대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