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쓰레기가 최소한의 분리수거조차 없이 버려지고 있다. 재활용 대상 쓰레기는 물론 불에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도 구분 없이 배출되고 있다. 쓰레기가 수도권매립지에서 멈춰버린 이유는 이 같은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음료캔·스티로폼·음식물 등 불량 쓰레기가 거의 절반
심지어 니스·화공약품 용기 같은 지정폐기물까지 담겨
가연성-불연성 분리 방출등 시민의식 개선 필요한 때
■ 종량제봉투 열어보니
경인일보는 인천지역 생활폐기물 배출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2일 남구·남동구 지역 주택가, 상업지구에서 20ℓ들이 생활폐기물 종량제봉투 10개를 무작위로 수거해 내용물을 꺼내봤다.
이날 수거한 생활폐기물 봉투에서 제대로 분리 배출된 쓰레기는 1개도 없었다. 음료수 캔,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 종이컵, 음식물쓰레기 등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따로 버려야 하는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니스 등 화공약품이 담긴 용기와 병원(피부과)에서 버린 듯한 의료용 장갑과 마스크 등 지정폐기물까지 담겨 있었다. 수도권매립지 반입 규정을 적용하면 최소한 벌점을 받거나 반출조치되는 쓰레기 봉투였다.
취재진은 이날 수거한 쓰레기를 모두 바닥에 쏟아내고 재활용 및 불량 쓰레기를 따로 분류했다. 젖은 휴지나 작은 종이조각 등 분류가 애매한 것들을 제외했음에도 상당수의 쓰레기가 재활용 및 불량 쓰레기였다.
재활용 및 불량을 빼고 남은 쓰레기를 모아 생활폐기물 봉투에 다시 담은 결과, 5개의 봉투가 꽉 차고 1개가 절반쯤 찼다. 10개의 봉투 가운데 4.5개의 봉투가 불량이었던 셈이다. 폐기물 수거업체가 선별수거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의 내용물을 살펴보더라도 분리배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반입된 생활폐기물 가운데 음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였다. 플라스틱도 24.1%나 됐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정책팀장은 "시민들은 배출 기준을 알고 있어도 자신의 편의를 위해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서 버리고 있다"며 "이 것은 정부의 제도개혁이나 홍보에 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 의식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구분없는 가연성·불연성폐기물
재활용 분리수거가 잘 된 생활쓰레기라고 하더라도 가연성 폐기물과 불연성 폐기물을 또다시 분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하얀색 종량제봉투는 정확히는 가연성 전용봉투다.
환경부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에 담겨 배출되는 인천시 생활쓰레기 양은 하루 951.5t이다. 이 가운데 가연성 폐기물이 743.2t(78.1%)이고, 불연성 폐기물이 208t(21.9%)이다. 가연성 폐기물은 소각장으로, 불연성 폐기물은 수도권매립지로 가야 한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가연성 봉투와 불연성 봉투를 따로 판매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하지만 실제 봉투판매량을 보면 시민들이 가연성 폐기물과 불연성 폐기물을 제대로 분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천지역 8개 구 청소과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인천 시내에서 판매된 생활폐기물 봉투는 모두 3천377만장이며, 이를 용량으로 환산하면 7억8천101만ℓ가 된다.
이 중 가연성 봉투는 7억5천958만ℓ로 전체의 97.3%를 차지한다. 불연성 봉투는 2천142만ℓ로 2.7%에 불과하다. 이는 대부분의 불연성 폐기물이 가연성 봉투에 담겨 소각장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민재·김주엽·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