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가 반입폐기물 감시활동을 강화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감시활동 강화는 내년 3월 말 다시 시작된다. 쓰레기 대란이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배출자인 시민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단속과 홍보활동 등 지방자치단체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경인일보는 몇 차례에 걸쳐 인천지역 생활쓰레기 배출·수집·운반·소각·매립 등 처리 실태를 살펴보고, 모범적인 배출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감시활동 강화 끝나자
음식물 섞여 뒤죽박죽
배출규정 무시가 태반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지난 2일 오후 2시께 인천시 남동구 간석1동의 한 주택가. 다세대 주택 앞에 주민들이 버린 생활폐기물 종량제 봉투가 잔뜩 쌓여 있었다. 봉투에는 페트병과 캔, 음식물 등 따로 버려야 하는 쓰레기들이 섞여 있었다. 모두 배출 규정을 어긴 쓰레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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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부평구 부개동의 한 주택가 쓰레기 더미도 마찬가지. 종량제 봉투 주변 바닥은 봉투에서 흘러나온 물로 흥건했고, 그 곳에는 날파리가 잔뜩 있었다. 도둑고양이도 음식물 냄새를 맡았는지 봉투를 헤집고 있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먹다 남은 주먹밥과 치킨이 섞여 있었다.

주민 정모(78·여)씨는 "집 주변에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는 봉투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많다"며 "심한 악취가 나고 아무리 청소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 주변은 더 심각했다. 이날 부평동 빌라 앞에 버려진 한 쓰레기 봉투에서도 김밥과 떡볶이, 라면 찌꺼기, 페트병 등 생활폐기물 봉투에 담겨선 안 되는 쓰레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봉투를 버린 황모(24)씨는 "혼자 살다보니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처리하기 귀찮아 그냥 검은색 봉지에 넣어 버렸다"고 말했다.

남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인근 원룸촌에 사는 유모(26)씨는 "혼자 살면서 쓰레기를 하나하나 분리해 배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나뿐 아니라 인근에 사는 사람 모두 이런 식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은 여러 곳을 둘러보며 쓰레기봉투 상태를 살펴봤다. 수도권매립지 반입폐기물 감시활동 강화 기간이었다면 대부분 반출 조치되는 쓰레기였다.

반입 규정대로라면 직매립이 금지된 음식물쓰레기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어선 안 된다. 재활용 가능 폐기물도 10% 이상이면 벌점을, 50% 이상이면 반출 조치된다. 소각장도 가연성 폐기물 외에 타지 않는 쓰레기는 반입이 금지된다.

인천의 한 지자체 청소담당은 "사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 90% 정도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또다시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선 배출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분리 배출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민재·김주엽·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