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는 각 지자체와 계약한 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수거한다. 수집·운반은 소각장이나 수도권매립지로 가기 전 불량 쓰레기를 걸러낼 수 있는 유일한 과정이다. 하지만 수집·운반업체는 시간에 쫓기거나 주민민원에 못 이겨 무단투기된 쓰레기까지 전량 수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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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구역 모두 치워야 일과 끝나
불량 쓰레기 하나하나 확인 못해
민원 못이겨 무단 투기까지 처리

지난 4일 오후 8시께 인천시 남구의 한 주택가. 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한 직원이 골목을 다니며 쓰레기를 손수레에 싣고 있었다. 이 직원은 음식물이 섞인 종량제봉투와 무단투기된 검정색 비닐봉투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손수레에 옮겨담았다. 그는 "담당구역의 쓰레기를 모두 치워야 일과가 끝나기 때문에 하나하나 확인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직원 1명당 쓰레기 수거량은 하루 2~3t이다.

좁은 골목길은 수거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날 수거한 쓰레기를 한데 모아 큰 길가로 내놓았다. 수집·운반업체는 지역주민을 설득해 동네 구석에 겨우 임시 집하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쓰레기가 한 군데 모이다 보니 임시 집하공간은 자연스럽게 쓰레기 무단투기장이 돼버렸다.

수집·운반업체 직원은 "쓰레기를 쌓아두고 운반차량이 수거해가기까지 1~2시간 사이에도 주민들이 쓰레기를 무단투기한다"며 "구청에서는 민원이 우려된다며 임시 집하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 쓰레기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쓰레기를 임시 집하장에 쌓아두는 1차 수거작업은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진다.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는 수거차량이 한데 모인 쓰레기를 싣고 서구 경서동 임시적환장이나 소각장, 수도권매립지로 간다.

주택가와 달리 아파트 단지는 임시집하장이 필요없지만 시간에 쫓겨 일을 하게 된다. 세대수가 많은 만큼 주택가보다 쓰레기가 많다. 계양구 서운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선 수거차량이 1개 동에 1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만 정차한 채 쓰레기를 우겨넣고 다음 동으로 이동했다.

주택가뿐 아니라 상업지구의 쓰레기도 선별없이 수거해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계양구 용종동 먹자골목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던 수집·운반업체의 직원은 "하나같이 음식물과 일반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버려 한 사람이 들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쓰레기도 있다"며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재·김주엽·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