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재선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아내와 두 딸 말리아와 사샤보다도 91세인 그의 할머니 사라(Sarah) 오바마인지도 모른다.
오바마의 저서 'Dreams from My Father(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가 어떤 꿈이었는지는 몰라도 그가 두 살 때 이혼한 케냐인 아버지는 그 후 아들 오바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1982년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케냐 서부 오바마의 할머니가 살고 있는 코게로 마을은 오바마의 재선에 온통 환희의 도가니다.
주민 수백명이 "우리의 영웅 오바마!"를 연호하며 연일 춤을 추는가 하면 남아공 전 대통령 만델라의 얼굴을 닮은 듯한 오바마 할머니는 "내 손자는 케냐와 아메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의 희망"이라며 또렷이 말했다.
오바마 재선에 가장 기뻐한 나라는 케냐 다음으로 인도네시아다. 오바마가 1967년 6살 때부터 4년간 모친과 함께 자카르타 중심부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가 다녔던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오바마 재선 뉴스에 일제히 환호를 올렸고 오바마 사진과 포스터로 도배를 하는가 하면 Kompas와 Jakarta Post 등 인도네시아 언론들도 대문짝처럼 보도했다.
18~19일 미얀마를 방문하는 오바마가 며칠만 앞당겨 인도네시아에도 갔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조우(遭遇)했을지도 모르지만 국빈인 MB보다는 오지 않는 오바마가 더 그리운 게 그 나라일지도 모른다.
오바마는 승리 다음날 시카고 민주당 본부를 방문, 당원들의 환호에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렸고 같은 날 롬니도 보스턴 지지자들 앞 연설에서 눈물을 보였지만 지구 별 대통령 대표 오바마에 집중된 전 세계 축하 전화와 메시지야말로 대단하다.
마치 봉건시대 제후국(諸侯國)들이 일제히 황제 국 천자(天子)를 축하하는 듯 그대로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부터 '승리의 자신감에 차 있는(充滿了勝利的信心)' 그를 축하했고 언론은 일제히 오파마(奧巴馬)의 승리와 라모니(羅姆尼)의 패선(敗選)을 보도했다.
일본, 러시아 등 각국 수뇌들도 축하 일색이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무겁다. 당장 미국 경제 재건뿐 아니라 전 세계 명운까지 그의 어깨를 누르기 때문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