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정밀 제어계측기 업계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선도기업인 (주)하이트롤 설진호(왼쪽) 대표가 직원과 함께 기술개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레벨·유량계 분야에서 '선진기술 보유국'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레벨·유량계는 고도의 정밀기술이 필요해 업계에서는 계측의 정확성을 위해 밤낮없이 '오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하이트롤(대표이사·설진호, 파주시 소재)은 이런 초정밀 제어계측기 업계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선도기업이다. 기술집약형 분야이다 보니 끊임없는 기술개발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 기업은 이렇게 37년여를 이어왔다.

1975년부터 '한우물' 세계 최대 업체 파트너로
평사원 출신 대표이사 독특한 직원관리도 한몫
팀장제 도입·경영 투명화… 신뢰·충성도 제고

1975년 '제어계측', '자동화'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하이트롤'의 전신인 '한일계전제작소'가 설립됐다. 이후 지금까지 세계 공인기관이 인증하는 수많은 계측기술을 쏟아내며 한 우물만을 팠다. 그리고 이제 계측기 분야에서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진 기업이 됐다. 현재는 세계 최대 플랜트업체인 미국 카메론(Cameron)사의 공식 파트너다.

이 회사가 한 우물을 판 장수기업이 되기까지는 부단한 기술개발의 힘이 컸지만 독특한 지원관리 방법도 빼놓을 수 없다. 현 설진호 대표이사는 1983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창업 1세대가 물러난 최고 경영자 자리를 2세가 아닌 일반 평사원 출신이 물려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설 대표는 정체돼 있던 회사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근속연수로 따지는 직급체제를 허물고 팀장체제를 전격 도입했다. 설 대표는 "팀장에게는 책임과 함께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후 조직이 알아서 움직이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트롤은 매출현황을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직원 누구나 회사 경영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설 대표는 "투명경영을 위해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매출을 공개하고 나서부터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주인의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설 대표는 매 분기 임직원 모두가 참가하는 단합대회를 갖는다. 임직원들은 직급을 떠나 함께 산을 오르고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설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회사의 큰 자산"이라며 "경영자가 욕심을 버려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하이트롤은 1998년 IMF 이후 기나긴 경영난을 딛고 2007년부터 흑자기업이 됐다. 설 대표의 실험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설 대표의 실험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올해부터 급여 차등없는 고졸채용을 단행했다. 인사고가를 표준화해 누구든 능력에 따라 급여를 책정, '학력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정상봉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북부지부장은 "하이트롤은 2015년 5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라며 "이 회사의 선진적인 경영·조직관리시스템이 앞으로 더욱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