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대란은 수도권매립지 반입감시활동이 철저하게 진행되면서 시작됐다. 각 지자체는 '봐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지난 9일 둘러본 수도권매립지 반입현장에선 '봐주면 왜 안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3면

정밀·일반검사 차량 무작위 분류
감시 중단 불구 불량쓰레기 여전
꼼꼼히 조사땐 적발 안될 차 없어

이날 오전 10시께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2000년 10월부터 매립이 시작된 이곳은 6천700만t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추세대로면 2015년 2월 매립이 완료된다. 매립장 상부로 올라서자 수십대의 폐기물 운반차량들이 줄지어 매립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들 차량은 매립장에 들어오기 전 일단 계량대를 통과한다. 계량대에선 반입차량의 정보와 적재중량, 반입료 등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정밀검사 대상과 일반검사 대상 차량이 무작위로 분류된다.

계량대를 통과한 생활폐기물 운반차량 1대가 일반검사 하역장소로 들어와 쓰레기를 쏟았다. 곧바로 매립지공사 반입관리실 직원 1명과 주민감시요원 1명이 짝을 이뤄 쓰레기를 뒤졌다. 쓰레기 더미에는 캔, 병 등 분리수거 대상 쓰레기가 그득했다.

부패한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악취도 심했다. 의심이 가는 쓰레기는 봉투를 찢어 내용을 확인했다. 감시활동 강화가 중단된지 2주가 지났지만, 현재 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 상태는 변한 것이 없다는 게 매립지공사 직원의 설명이다. 이 차량은 재활용대상 쓰레기가 10%이상 혼합돼 벌점을 받았다.

정밀검사는 일반검사와 달리 포클레인으로 쓰레기더미를 바닥에 고르게 펼친 다음 진행된다.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려 1천여대 중 70~80대의 차량만이 정밀검사 대상이 된다. 반입관리실 관계자는 "꼼꼼하게 따지면 적발대상이 안되는 차량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음식물이나 재활용쓰레기를 보이지 않게 숨겨서 반입하는 등 의도성이 있는 폐기물을 적발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매립지 주민감시요원들이 지난 9월부터 50여일간 진행한 감시활동강화는 정밀검사를 넘어선 '초정밀 검사'였다. 당시 주민감시요원은 종량제봉투를 일일이 찢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배출과 수집·운반단계에서부터 선별이 제대로 안된 터라 반입규정을 맞출 수 있는 쓰레기는 거의 없었다. 감시활동 강화 첫날인 지난 9월3일엔 생활폐기물 운반차량 136대 중 무려 93대가 반입기준을 위반했다.

이날 제2매립장 주변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갈매기떼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직매립이 금지된 음식물이 혼반입돼 '먹잇감'이 많다는 얘기다. 한 직원은 "음식물쓰레기 냄새를 맡고 찾아온 녀석들"이라고 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