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올해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동북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정권이 교체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물리적 거리는 아주 멀지만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얼마 전 대통령 선거를 끝냈고, 중국도 후진타오 시대가 끝나고 시진핑의 시대가 개막되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3월 선거를 끝냈고, 일본은 며칠 전 중의원 해산을 공식 선언한 뒤 다음달 16일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한 달여 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작은 것이라도 귀담아듣고
약속지키는 따뜻함·의리
낙엽보며 눈물 흘릴줄 아는
감성과 낭만 가졌으면…
한반도 100년 결정할 선거
선택은 국민의 손에 달려


지형적 위치 때문인지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한반도는 이 나라, 저 나라가 들쑤시고, 침략하고 지배하고, 겨우 해방이 되나 했더니 다시 새로운 국가가 이런저런 이유로 내정을 통치하면서 지난 50여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그 언저리를 못 벗어난 상태로 오늘을 맞이했다.

아직도 논란 속에 있는 건국절과 광복절 논란, 위태로운 남북 대치 상황, 때만 되면 들고 일어나는 남북 문제를 앞에 둔 남남 갈등이 그 유산으로 남아있다. 이 상황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향후 100년간의 한반도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선거 국면에 와 있다.

후보들은 모두 그럴듯한 말로 자기가 가장 적합한, 준비된 지도자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보도 자료나 텔레비전 뉴스만으로 후보 간 차이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모든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평화를 주장하고 생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5년의 경험을 통해 단어는 같지만 그 개념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을 경험했다. 정의가 그렇고, 녹색이 그렇다.

평화가 그렇고 복지가 또 그랬다. 그래서 국민은 너무 혼돈스럽고 복잡하다. 현재 나온 공약만으로는 후보 간 차이를 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어느 후보가 체류탄과 국민의 눈물로 이룩한 87년 체제를 넘어서 6·15선언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진전, 평화체제의 구축과 함께 복지사회, 공정·공평사회, 생태전환을 키워드로 하는 2013년 체제를 구축하는 데 가장 적합한 후보가 될까?

영화 이야기로 내가 만나고 싶은 대통령 이야기를 하려 한다. 시대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영화만 한 게 없다는 것이 평소 내 생각이었다. 예를 들면 '동막골'이라는 영화 한 편이 던진 한반도 갈등의 본질과 화해 메시지는 어떤 명강사의 강연이나 통일 운동가의 20~30년간 활동보다 크고 깊었다.

마찬가지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는 2012년 대선 국면의 우리 지도자 상에 대한 답을 아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영화 내용은 조선 역사의 한 귀퉁이 작은 기록 하나를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15일 동안 임시 왕에 오른 광대 하선은 좌충우돌 궁궐 생활을 하면서 상식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사람과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 끝 무렵 -어쩌면 이 장면이 감독이 기대하는 이 시대 지도자 상일 수도 있지만- 명나라의 파병을 결정해야 하는 논의 과정에 임진왜란 당시 파병을 통해 조선을 도운 명나라의 은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다수의 친명파 요구에 향후 조선 주변 국가의 변화(청나라)와 주변국가 간의 관계개선까지를 고려한 주권자로서의 외교적 결정은 속을 시원하게 했다.

나는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광해라는 영화 속 가짜 왕처럼 하찮은 무수리의 이야기라도 귀담아 들어 줄 수 있는 따뜻함과 작은 것이라도 약속은 지킬 줄 아는 의리,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소중함을 우선하는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나고 싶다. 가끔은 시장 통에서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는 보통사람이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또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감성과 일과를 마친 늦은 시간 청와대에서 트럼펫을 멋들어지게 불 수 있는 낭만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나고 싶다. 더해 2013년 이후 동북아를 중심으로 벌어질 복잡한 외교무대에서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위해 다수 친명파의 요구를 과감히 물리치고 백성을 중심에 두었던 영화 '광해'의 가짜 왕 역할을 과감히 해 낼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나고 싶다. 이제 한반도의 운명 결정은 3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선택은 국민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