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객원논설위원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해수부는 2009년 이명박 정권이 작은 정부를 명분으로 국토부와 농림부로 분리 통합되면서 폐지되었으나, 주요 대선후보들이 부활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해수부 부활은 정부부처개편의 1순위가 될 전망이다.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은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부처직원들의 주거지 문제도 적지 않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국토부 소속 해양담당 직원 1천800명은 다른 도시로 또 '이사'를 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해양강국을 표방하고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인데다, 해양정책총괄부서는 미래 성장동력인 해양 영토와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해수부 폐지는 시행착오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수부 폐지 이후 해운항만 분야 6천억, 해양환경 분야 4천억원 가량의 예산이 감축되어 그동안 관련사업도 상당히 위축된 실정이다. 해양 수산 관련업계, 부산과 인천과 같은 대표적 해양도시가 해수부 부활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향후 해양도시들 사이에는 해수부와 관련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도시란 해양 환경이나 해양산업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도시이다. 따라서 해상과 해변에 거주시설이나 항만·공항 등을 건설하여 해양의 공간과 자원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도시로, 해양 인프라를 구축하여 다양한 해양 자원 이용을 극대화하려는 도시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인천이나 부산, 목포나 여수 같은 항구 도시들이 한국의 해양도시이다. 부산은 각종 해양관련 기관과 시설을 갖춘 도시일 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양수도'를 표방하며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해수부 부산유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최근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가 해수부 부산 유치를 시사하는 언급을 하였다가 타도시의 항의를 받은 후 유치 후보지 중의 하나로 검토중이라고 해명했으나 부산 민심을 의식하고 있는 속내까지 숨기지는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른바 '투포트(Two-Port)' 정책이라는 부산과 광양 중심의 정책을 펴는 바람에, 정작 수도권 관문항인 인천항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양인프라를 특정도시에 집중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남해안 중심의 해양 정책은 황해와 경기만의 해양도시를 소외시킴으로써 비중이 증대하고 있는 대중국, 대북한 교역과 수도권 물류 소통, 경기만의 해양자원 관리가 방치되는 역차별 현상을 낳았다.

해양 인프라는 특정지역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의 특성과 장기적 전망에 기초하여 균형있게 분산되어야 할 것이다. 해수부의 입지도 정치적 배려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해양 행정과 정책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해수부의 부활이 정부부서 개편이나, 해수부 유치 경쟁으로 귀결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해양과 해양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미래지향적 해양 정신을 갖추어 해양 대국으로 발전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해양 경영의 성패가 국가의 운명을 가른 적이 많았다.

동아시아 해양 경영의 개척자였던 장보고를 권력투쟁의 와중에서 척살한 신라는 곧 패망의 길을 걸었다. 왕건을 비롯한 서해안의 해양 세력에 의해 건국된 고려는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린 문화 국가로 발전했으나, 해양봉쇄 정책을 유지했던 조선은 강제 개항으로 국권마저 침탈당해야 했다.

인천의 경우 1883년 개항 이래 해양도시로 성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양 정책과 행정은 늘 중앙 정부의 '처분'에 맡겨 왔다. 이제부터라도 해양 정책과 기구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한편, 서해안의 해양자원과 문화를 연구하는 해양 연구기관을 비롯한 교육기관의 설립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