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의 대선 정국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반값 등록금에 관한 것이다. 정치적 공약이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관심끄는 공약 '반값 등록금'
질보다 양적 발전에 쏠린
대학 구조적 문제 개선 한계
고졸자 대학에 내몰리지않게
청소년 감정 부응하는
직업교육 발전시켜야

최근 3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고졸자의 80%가 대학으로 내몰리고 대졸자의 평균 실질 취업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대학재정 확충을 통한 우수교원 확보와 교육시설환경 개선 등의 문제는 묻어 둔 채, 반값 등록금만으로는 결코 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에 국민의 세금을 추가로 배정하는 것도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졸자의 대부분이 대학을 진학하는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지지율이 높을 수는 있지만 아직 고등학교도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문이 생긴다.

원론적으로 그 정당성과 실현가능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대학 등록금이 반으로 줄면 과연 무엇이 나아질 수 있을까? 옹호하는 사람들은 가계(家計)의 부담을 줄여 주고,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 등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인적인 사(私)교육비 지출구조를 해결하지 않은 채 공(公)교육비인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해서 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는가? 자녀 학자금 지원을 해 주고 있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사회 참여를 통해 경험적 지식을 쌓는다는 면에서 아르바이트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노동의 대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시급상향, 체불방지 등 사회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다.

반값 등록금 이전에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생각해야 한다. 대학의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대학은 양적(量的)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질적(質的)수준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양적 급성장이 질적 하락을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대학이 질적으로 변화하려면 재정 확대를 통한 교육시설개선, 우수교원확보 등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 이전에 양적인 수요 조절이 불가피하다.

막연하게 좀 더 나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 혹은 좀 더 나은 보수를 받기 위해서 공부하고 싶은 대상과 의지도 없이 대학으로 내몰리는 사회분위기가 쇄신되어야 한다. 더 이상 대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하고, 보다 나은 보수를 보장하는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고졸자들이 대학의 문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직업교육을 선진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1년부터 정부는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실상 무상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그 분야도 요리, 자동차, 게임, 로봇, 애니메이션, 인터넷 등으로 다양화되어 가고 있고, 몇몇 특성화 고교의 성공적인 운영사례가 발표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학 졸업자에 비해 형편없는 임금을 받거나 기능위주의 저급한 일자리를 채우는 기능교육으로 인식하고 더 이상의 교육기회가 없는 마지막 교육단계로 보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감성에 부응하는 직업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과 실험실습 시설과 기자재는 최첨단으로 갖추어 주고, 분야별 최고 전문가 수준의 교사가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 교양과 문화, 예술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환경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무상교육은 물론이고 재학기간에 일정 수준의 용돈을 지급해 주라고 한다면 너무 과한 것일까? 반값 등록금에 지출되는 국가 재정을 특성화 고교의 직업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육성하는 데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