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도 포격 2주년을 앞둔 21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안보교육관 건설현장에 2년 전 포격으로 폐허가 된 한 주택이 피폭건물 보존을 위한 작업으로 철골구조물에 둘러싸여 있다. 피폭건물 보존구역과 교육관으로 구성된 안보교육관은 포격 당시 완파된 건물 3채와 전시실, 대피소 체험실로 이뤄져 있다. 교육관은 23일 개관 예정이다. /선보규기자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4분. 평화롭던 연평도 마을에 북한군이 포격을 퍼부었다. 갑작스러운 포격에 연평도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21일 찾아간 연평도 선착장은 각종 공사 자재를 실어나르는 인부들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군인, 연평도 포격 2주기를 맞아 섬을 찾은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불탔던 주택 신축·보수 마무리
공사인부 늘며 여관·식당 호황
자원봉사자 마을벽화 '새단장'
주민 "예전처럼 평범히 살고파"

중부리 마을에 들어서자 낡은 집들 사이로 새로 지은 건물이 눈에 띄었다. 2년 전 북한군의 포탄을 맞고 전소됐다가 지난해 다시 문을 연 해성여관이다. 옥상에 있다가 눈앞에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봤다는 주인 김상은(67)씨는 "여관이 전부 불에 타버렸을 때만 해도 눈앞이 캄캄했다"며 "다시 연 여관에 방이 (손님들로)가득 차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씨의 여관 외에도 포격 당시 무허가 건물을 포함해 총 54동(전파 52동, 반파 2동)이 피폭됐다. 옹진군은 이들 건물 일부를 합쳐 모두 32동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또 240여 동의 건물을 보수했다.

포격을 맞은 주택 외에도 노후 주택에 대한 신축과 보수공사도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사현장 인부들이 많다 보니 섬의 식당은 호황이었고, 숙박업소도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난 7월엔 연평면 보건지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5월 대피소 7호가 보건소 지하에 설치돼 신규 대피소 7곳의 공사도 모두 끝났다. 지난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연평 초·중·고 통합 교사와 15가구의 관사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일부 주택은 포격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 집들을 보존하고 바로 뒤편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34㎡ 규모의 안보교육관을 조성했다. 안보교육관은 23일 준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안보교육관 앞에서 인하대와 인천대 외국인 유학생 78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안보체험을 위해 군함을 타고 연평도를 방문했다. 유학생들은 포탄을 맞아 부서진 집들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터키인 톨가(25)씨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마을에 갑자기 포격을 퍼붓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오늘 연평도 안보체험을 통해 반전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포격의 상처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듯했고, 연평도 주민들은 다시 '보통사람'이 됐다. 새로 지은 집들의 담벼락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그린 각양각색의 꽃들이 피었고, 귀여운 동물들이 평화롭게 뛰노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연평운동장의 포탄 자국도 벽화로 탈바꿈했다.

손가락으로 담벼락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있던 박소윤(7)양은 "2년 전에 폭탄이 떨어져 무서웠다"며 "지금은 마을에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서 좋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김장철을 맞아 바쁜 손길로 배추와 무를 다듬고 있었다. 김장 준비에 한창인 최순(55·여)씨는 "마을사람들이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가 예전처럼 평안하게 지내는 것 같다"고 했다.

홍순례(77·여)씨는 "이제는 집공사도 거의 끝나고, 예전보다 총소리도 덜 들리고 어수선한 상황은 다 지나간 것 같다"며 "이제는 예전처럼 다른 섬마을들같이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김민재·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