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돼 새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3일 공평동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고 발표하자 회견장 곳곳에서 탄식과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안 후보의 대선 후보직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이날 밤 기자회견을 예고할 때까지만 해도 후보직 사퇴를 예상하기는 힘든 분위기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 대리인 협상이 결렬된 뒤 유민영 대변인이 "이제 남은 것은 후보간 대화화 협의뿐"이라고 밝히면서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문 후보와의 담판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회견장에 도착한 안 후보는 표정이 평소와 달리 상당히 비장해 담판 제안이 아닌 중대한 내용일 것임을 짐작케 했다.
안 후보는 "후보직을 내려놓겠다",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 가겠다"고 담담하게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한다"라는 대목에 이르자 눈시울을 붉힌 채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는 "사랑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해주신 캠프 동료들이 직장까지 휴직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주신 자원봉사 여러분, 미안하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감사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회견을 마쳤다.
회견장에 있던 자원봉사들은 흐느끼고 시작했고, 눈물을 훔치는 취재진의 모습도 보였다.
회견을 마친 안후보는 박선숙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조광희 비서실장 등을 잇따라 끌어안으며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박 본부장 등은 울음을 터뜨렸다.
안 후보가 회견장을 나간 뒤에도 사무실에서는 자원봉사들의 울음소리가 한동안그치지 않았다.
앞서 오후 7시 50분 유민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양측 특사간 협상 내용을 설명하면서 "두 방식의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남은 것은 두 후보 간 대화와 협의 뿐"이라고 말해 담판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특사 간 회담이 결렬되고 나서인 오후 6시께 캠프에 도착해 단일화 협상 타결이 난감하다는 보고를 받은 뒤 후보 사무실에서 한시간 가량 혼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안 후보는 발표 20여분 전 핵심 참모들을 소집해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다들 침통해 했지만 안 후보의 뜻을 존중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용산 자택으로 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