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원 경제부 차장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s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1969년 상태가 비슷한 자동차 두 대를 골라 한 대는 보닛만 열어놓고, 다른 한 대는 보닛도 열고 유리창을 조금 깬 뒤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세워뒀다.

1주일 뒤 자동차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보닛만 열어둔 차는 별 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유리창이 깨진 차는 배터리와 바퀴가 없어지고 낙서와 파괴된 흔적만 남은 고철상태였다. 이 결과의 차이는 유리창이 조금 깨졌다는 것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이론은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실제로 이 이론을 바탕으로 1994년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길거리 낙서를 지우고 보행자의 신호위반이나 빈 캔 등을 아무 데나 버리는 등 경범죄를 단속하자 범죄 발생건수가 75%나 급감, '범죄의 도시'라는 오명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이론은 대통령 선거를 20여일 앞둔 우리나라 정치권에 적용시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23일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다. 저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제가 대통령이 돼 새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이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 보내 달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왜 대통령 후보직을 내려놨을까. 그의 결단을 두고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도 말들이 많지만, 필자는 그 이유가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 세태에 대한 국민들의 외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똥'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빠져 이전투구에 바쁘고, 그 시간 외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 위정자들 아니었던가. 실제로 위정자의 자리를 떠나면 검찰로 직행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지 않는가.

때문에 상당수의 국민들은 '그 놈이 그 놈'이라며 다수의 위정자들을 폄훼하기 일쑤다. 위정자들 역시 국민들의 외면의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위정자에게 이번 대선은 자신들의 당이 권력을 잡는 것보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먼저 수리하듯'이 스스로 정치권 내부 구태를 벗어나, 국민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