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의 핵심이 '재정 주권'과 '재정 자립'에 있다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또 한 가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현행 지방자치 시스템 중 지방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 사회복지 분야 예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복지 분야는 지자체의 업무인가, 국가 고유의 사무인가. 또한, 고사위기에 처한 지방재정을 살리기 위한 묘책은 없는 것인가. 국내 재정·세정 전문가 3명에게서 그 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유태현 교수

# 유태현 남서울대 교수

"재정 문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최대 현안은 사회복지 수요를 뒷받침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중앙정부에 있습니다. 복지수요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자체 사회복지비 비중 위험수위
보조금 증액등 특단의 대책 필요

국내 지방재정·세정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유태현 교수는 전국의 지자체가 사회복지 사업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느라 허덕이는 원인을 정부로 돌렸다. 복지사무를 지방에 넘기면서 '분권교부세'라는 것을 만들어 재정적 뒷받침을 해준다고 했는데, 그 수요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터무니없이 적게 복지수요를 예측하는 바람에 차이나는 부분을 엉뚱하게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수입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관련 지방이양사업의 전부를 국비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아니면 지방비가 최소로 투입될 수 있도록 국비 보조비율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유태현 교수는 기초자치단체의 사회복지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특히나 그 증가율이 10%를 훌쩍 넘어 위험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국가가 먼저 나서 지방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주만수 교수

# 주만수 한양대 교수


주만수 교수는 '지방소비세와 광역자치단체별 가용재원'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인천에서 걷은 지방소비세 총액 중 인천에 남는 것을 비교해 보면, 인천이 다른 도시에 비해 가장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에서 활용 못하는 지방소비세
타지역에 쓰여… 분배방식 개선을

인천시민이 소비한 것을 토대로 해 걷는 세금이 인천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다른 도시로 넘어간다는 얘기다. 지역별 가중치를 두고, 지역상생발전기금과 지방재정조정제도 아래에서는 지방소비 분배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 교수는 설명한다. 주 교수는 따라서 지방소비세를 가지고 전국 지자체 재정의 형평화를 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또한 현행 제도에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가에서 지방정부에 주는 국고 보조금 관련 규정이 뚜렷하게 돼 있지 않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최대한 지방세를 덜 걷으면서도, 국가에서 받는 지원금은 최대한 늘려 받으려는 습성을 갖게 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지자체장들이 국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을 정치적 역량의 크기와 비례시켜 부각시키는 병폐가 여기에서 출발한다는 게 주 교수의 생각이다.

 
 
▲ 최병호 교수

# 최병호 부산대 교수


최병호 교수는 지방세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으로 재산과세 중심의 구조를 들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 현행 재산과세 중심의 지방세라는 것이다.

재산과세 중심의 稅 구조 탈피
지방세 비율 늘리고 지출책임 강화

최 교수는 지방재정에서 차지하는 지방세 비율을 높이고, 그 대신 지방재정 지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시골마을에 국가재정을 아무리 많이 푼다고 해도 시골의 인구감소와 같은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따라서 공간적 재정 형평화 정책보다는 계층간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재정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쪽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OECD 국가에서 하위 정부의 재정지출 성장률이 조세수입 증가율을 압도하면서 재정난이 심각하게 나타났는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보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지방세수 증가율에 비해 재정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방 사회복지비 지출의 증가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입니다."

정부가 시급히 왜곡된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정진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