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구는 대선정국 속
소외층은 추워지는 날씨 걱정
후보들 복지공약도 좋지만
연탄 한장이 더 아쉬워
정치권 분위기에 관심 쏠려
이웃들 더 추워질까 염려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더니 지난 금요일 밤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 후보직 사퇴회견으로 아름다운(?) 단일화의 꿈을 날려 버렸다. 도하 매스컴은 국민의 관심을 온통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어떤 비율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인지에 대한 숫자 놀음에 몰아넣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 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내로 근접해 있어 팽팽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대선정국은 2012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선 정국의 뜨거움에 반하여 기온은 서서히 겨울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내리는 비는 추위를 실어 나르고 기상청은 금년 겨울을 추운 겨울로 예보하고 있다.
겨울이 오면 바짝 긴장하는 이웃들이 우리 주위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전기가 끊겨 난방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에겐 대선 후보들이 내거는 뜨거운 복지 공약보다는 고사리 손들이 전해 주는 연탄 한 장이 더욱 아쉽다. 부모를 대신해 스스로의 삶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는 겨우살이 준비를 위한 김장 한 포기와 학업을 보장할 장학금이 오히려 희망의 불씨가 된다.
대선후보처럼 사자후를 토하지 않아도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들을 위해 나눔과 봉사를 묵묵히 수행하는 보통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덥히고 있다. 오래전에도 그러했고 작년에도 그러했고 금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몇 달을 뛰어 다니면서 지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자선음악회를 조직하고, 음악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후원을 끌어내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재능기부를 유도하고, 그 결실로 수십명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일에 열성을 부리는 뜻있는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
후원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보내는 후원금을 모아 배추사서 다듬고 절이고 씻어서 정성껏 장만한 양념을 버무려 만든 김장이 봉사자들의 얼굴에 피어난 사랑과 함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되는 상황을 상상만 해도 우리 사는 세상의 온정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돌덩이처럼 무거운 연탄을 산더미처럼 언덕아래 쌓아 놓고 달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들고 지고 나르는 일을 시작할 때는 언제 끝나나 걱정이 태산이다. 수십명의 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해질 녘 쯤 연탄 더미가 확 줄어든 것을 보고 우리도 해냈구나 하고 스스로 감동한다.
감사하다고 그러나 줄 것이 마땅치 않다면서 건네주는 할머니의 요구르트 한 병이 봉사자들의 코끝을 찡하게 자극한다. 연탄봉사에 참여해본 사람이라면 신문지면의 어느 구석진 곳에 심심치 않게 실리는 기관과 단체의 연탄봉사에 대한 동정기사를 볼 때마다 위와 같은 감동을 되새길 것이다.
대선후보 등록이 26일로 마감되었다. 어느 때보다도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는 터라 후보지원 유세 등 본격적인 대선전이 전개되면서 금년 12월은 뜨거운 정치의 계절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가 뜨거울수록 들뜬 정치적 분위기에 젖어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더 큰 추위를 느낄까봐 슬그머니 걱정이 끼어든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다가가 나눔의 행복을 느껴보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재물이 아니라도 좋다. 따뜻한 만남을 기다리는 이웃에겐 시간을 나누고 재능을 나눔으로써 돈으로 살 수 없는 더 귀한 인간애를 나눌 수 있다.
장애아들과 함께 놀아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줄 수 있다. 노인들의 무릎을 주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소외감을 크게 덜어 줄 수 있다. 이 겨울이 뜨거운 겨울이 아니라 서로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