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울물 소리┃황석영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496쪽, 1만5천원.

1962년 '사상계'에 '입석부근'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황석영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아 자전적 소설 '여울물 소리'를 발표했다.

그동안 한국의 근현대사를 담아낸 작품들로 한국문학의 큰 획을 그은 그가 이번에는 19세기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봉건왕조가 무너져가던 때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난 주인공 박연옥을 통해 조선말의 풍경을 읽어간다.

박연옥이 몰락한 지식인 이신통을 찾아나서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스케치하면서도 고통과 상처투성이의 근대를 거대한 서사 안에 녹인다.

황석영은 자신의 모습을 작품 안에 투영시켰다. 작자 미상인 언패와 이를 읽어주는 전기수, 이야기꾼인 강담사를 자신의 아바타로 세웠다. 대하소설에 비견할만큼 방대한 주제의식과 소재, 황석영표의 유려한 문장이 눈에 띈다.

/김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