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했고 또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약했다. 대기업 경쟁력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이 특별한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들은 억울하다. 기술개발을 하고 싶지 않아서 범용기술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의 의지 및 실력 부족 탓으로 질책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오히려 원인은 대기업 쪽에 있다. 문제의 시작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의해 중소기업이 얻는 이윤이 워낙 적다는 것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거래에서 이윤의 상당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관행이 문제의 뿌리인 것이다.
이윤이 적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창조적인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며, 우수한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술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대기업의 하청구조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63.2%에 그쳤다. 2000년대 초반에는 대기업 임금의 70% 수준이었지만, 중소기업의 임금이 6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것은 총 이윤에서 대기업의 몫이 커졌지만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었다는 실상을 드러낸다.
이는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을 견인할 것이다'라는 낙수(落水)효과가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기술력 향상의 의지가 없다는 질책은 오해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 노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연구개발 지출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인 '연구개발 집중도'라는 지표로 계산해 볼 때, 중소기업 평균은 1.75%로써 중견기업의 평균 1.11%와 대기업 평균 1.15%에 비해 더 높다. 즉, 중소기업군(群)은 상대적으로 낮은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 더욱 적극적인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부족한 원인은 대기업의 지배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의해 중소기업은 적정의 이윤을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고, 이에 따라 창조적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개발비 재원이 부족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이윤을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중소업체들 사이에선 자신의 이익 수준을 공개하기를 극도로 꺼리는 관행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이익 수준이 공개되면 더 납품단가를 줄이려는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인 것이다. 심지어 정보 공개를 두려워하여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소기업들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러한 구조적 악순환을 해결해주어야 한다. 그 악순환을 해소하려면, 우선 중소기업에 적정 이윤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이윤 중 연구개발비와 우수 인력을 유지하는 인건비가 사용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들이 범용기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이윤 확보 욕구를 잠시 참고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정책적 유인책이 제공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때마침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잠시 참아주는 '배려'와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이렇게 공감이 높은 시점에서 대기업들이 통 큰 배려를 보여준다면 분명히 큰 박수를 받고 사회적 인식도도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대선 정국이 무르익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위한 정책에 더욱 적극적이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