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할을 보완해 줄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매우 높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공기업 부실이나 비효율, 비리에 대한 국민의 질책이 증가되고 있다. 공기업 운영이 방만하고 신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이나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진단이 간단하지 않고 해결방안도 쉽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공기업과 국민이 머리를 맞대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인력·예산 운영의 경직성
지역고용할당 도입하려 해도
독자적 추진 쉽지않아
저효율 철밥통인식 바꾸려면
자율·신축적 업무추진 필요
법·제도적 개선 이뤄져야
필자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되었다. 공직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공기업의 구조적인 비효율을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당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 같다. 공기업 나름대로 여러 가지 애로와 한계가 있지만, 당초 목적을 수행하여 국민 신뢰를 받기 위해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들은 여전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권위적이고 정체되어 있으며, 때로는 정부보다 더 딱딱한 '철밥통'이라고 인식한다. 조직과 운영의 경직성 때문이다. 필자가 공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애로사항도 경영구조가 국민 요구에 알맞게 신축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법령 규정이나 업무특성의 제약도 있으나 공기업 임직원이 가진 관행적인 특성에도 원인이 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달성의 경우에도 공기업이 앞장서 노력해야 하나 한계가 많다. 현실적으로 지역대학생들은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공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여, 공사는 지역대학과의 업무협정 체결, 직원 채용시 지역할당제 실시, 국내외 인턴 채용, 대학생 논문 경시대회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도 일시적 대책에 불과하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실감하였다. 법령이나 제도운영의 경직성 때문이다. 고용의 신축성도 매우 제한적이다.
대선주자들도 '공공기관 지역고용할당제 실시'를 주요 정책으로 들고 나왔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어업 관련 공기업의 경우, 업무특성상 농어촌과 농어업을 잘 이해하는 지역인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독자적으로 지역할당 채용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정부 의존도가 높은 현행 공기업의 업무구조는 오히려 공기업 스스로의 자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업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창의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과거 선례를 답습하는 방식을 따르기 쉽다. 새로운 방안을 들고 정부나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여 예산과 조직, 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공기업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최대한 자율적이고 신축적인 업무추진이 되어야 하며, 끊임없이 창의와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의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현행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조직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도의 성과기준이 요구되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공공기관 평가시스템은 외형적 결과를 중심으로 한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고 언론보도도 영향을 받는다. 업무개선 노력이나 새로운 업무를 추진한 실적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업무혁신이나 개선 부분이 비계량적인 부분도 많고 항상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기관마다 고유한 업무 특수성도 인정되어야 한다. 경영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시스템이 강구되어야 한다. 경영성과를 높이고 건강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성과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공기업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공기업이 '고비용 저효율', '철밥통'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효율과 생산성이 높은 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 예산의 자율성과 신축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공기업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진정한 '국민 기업'이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