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
정당 제대로 표출시키지 못해
무당파·중도층에게 나타난
새로운 메시아 안철수
새정치·쇄신의 아이콘으로서
대선 이후 모습이 궁금하다
우선 여야의 정책동조화 현상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 창출, 정치쇄신 등이 주요 어젠다들이다. 16대 선거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선거판세 전체를 흔들었고, 17대 대선이 이명박 후보에게 쏟아진 비리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견고하게 경제살리기 어젠다가 대선정국을 관통했던 것과는 큰 차이다.
둘째, 민주화 이후 선거때마다 예외없이 등장했던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탈당 요구나 스스로 탈당했던 정치적 데자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정당정치의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다. 더 중요한 관점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살아있는 권력'과의 적절한 수위에서의 관계 조절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전 대선과의 가장 큰 차이이자, 한국정치가 고민할 지점을 제공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국면에서 후보직을 일방적으로 사퇴한 이후, 오히려 안철수에 대한 여야의 쏠림 현상은 절실해지고 있는 국면을 맞고 있다.
부동층의 향배가 다시 대선 정국의 핵심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그를 지지했던 무당파와 중도층이 다시 부동층으로 돌아선 결과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로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부동층이 늘어난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박 후보에게 돌아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안철수는 기존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정치판에는 혜성처럼 나타난 정치신인이다. 아직도 '정치'라는 단어를 그에게 붙이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대선 이후에 정치를 업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엄연한 정치인이다.
이 부분이 역설적으로 현재진행형인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다. 강고하게 자리잡은 기득 거대정당의 카르텔화는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표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당이란 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관리하고, 갈등이 제도권 내에서 수렴되며 일정 부분 사회적 합의로 도출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민주화 이전의 정치구도가 민주세력과 반민주세력의 쟁투과정이었고, 군사권위주의적 정치문화가 관통했던 정치에서, 서구식 정당 일체감(party identification)과 이념적 정체성을 한국정치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 이는 정부수립 후 대통령직선제 개헌이 성취된 1987년까지 불과 39년 동안 무려 9차례나 개헌이 있었다는 것이 증명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라는 기득정당의 체제에서 기존 정치에 식상한 무당파는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볼 때 당연히 중도층일 개연성이 높다. 다른 범주에 속하나 개념적 친화력을 보이고 있는 중도무당파는 그래서 당연히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도 아니고, 확고한 민주통합당 동조집단도 아니다.
이러한 유권자군에게 안철수라는 존재는 그의 개인적 리더십이나 정치적 스타일과는 연계되지 않는 새로운 메시아로 나타난 것이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다. 즉 정당체제(party system)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표출시키지 못할 때 나타난 것이 안철수다.
그가 지금 다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원의 대결에서 승패의 향배를 거머쥐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행태는 기존의 정치문법에서 볼 때 흔쾌히 승복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18대 대선기간에 그는 어떤 행보를 할지, 야권의 승리를 위해 어떤 수위와 방법으로 역할을 할지 또다시 그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이후 '정치인 안철수'가 그가 주창하는 새 정치와 정치쇄신의 아이콘으로 부활할 가능성 여부는 더욱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