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동안의 감시가 사라진 어둠속의 고속도로는 제한속도를 무시한 무한 질주와 술취한 대형트럭들의 곡예 운전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죽음의 곡예경연장으로 탈바꿈한다.

토요일인 19일 오전 0시 10분께 수원인터체인지를 통과해 들어선 경부선 하행선은 찬바람을 가르며 폭발적인 질주를 하는 차량들로 자동차레이스장을 방불케했다.

100㎞의 규정속도는 안중에도 없는듯 승용차들은 시속 160㎞를 넘나들며 지그재그식 총알질주를 벌였고 대형트럭들도 이에 질세라 땅이 꺼질듯 엑셀레이터를 밟아댔다.

작은 접촉만으로도 대형 사고가 날수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있어야 할 감시의 눈길은 갓길에 설치된 멍청한 경광등과 운전자가 잠든 순찰차 1대가 고작이다.

오전 1시께 안성시 공도면 안성 톨게이트 인근 갓길에서는 밤길을 달리는 트럭운전자들의 위험천만한 술판까지 벌어졌다.

주차된 서너대의 대형트럭중 시동을 켜놓고 있던 경기 81바 84××호 트럭 운전자는 옆자리의 20대 여성과 맥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셨고 취재팀이 다가가자 차를 몰고 유유히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곳에서 만난 트럭 운전기사 김진석씨(35)는 “수원과 안성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에만 과거 버스정류장으로 이용되던 임시휴게소가 2군데 있는데 인근마을과 연결돼 있어 운전자들이 손쉽게 술과 음식을 구할수 있다”고 말했다.
과속과 음주운전은 마땅한 제어장치가 없는 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난달 16일 오전 3시께 시흥시 월곳동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대형 철제빔을 싣고 수원방향으로 향하던 25톤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면서 철제빔을 반대편차선에 떨어뜨려 달려오던 차량 7대가 연쇄 충돌하고 12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운전자 김모씨(37.경북 경주시 구황동)는 혈중알콜농도 0.06의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경찰관계자들은 “고속도로의 음주운전은 죽음을 예약하는것과 마찬가지지만 일부운전자들이 피로를 푼다며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朴峴秀.王正植.李東榮기자.w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