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달 23일 후보직을 전격 내려놓은 지 13일만인 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해 '구원등판'하면서 '미완'으로 그치는 듯했던 야권 후보 단일화의 드라마가 완결됐다.
안 전 후보가 이날 조건없는 지원 입장을 천명하기까지 지난 13일의 기간은 문 후보에게 '피말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특히 문 후보가 5일 용산의 안 전 후보 자택을 찾았다 '헛걸음'을 한 뒤 양측은막후조율을 통해 긴박하게 움직였으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양측간에 꼬인 실타래를 푸는 핵심 고리가 됐다는 후문이다.
◇安 지방행..행보 장고 = 문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단은 안 전 후보의 사퇴 다음날인 24일 총사퇴를 결의, 양 캠프간 공동선대위 구성을 위해 길을 터줬다.
문 후보도 "안 전 후보의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안 전 후보와의 회동을 위한 채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24일 지방행을 선택, 향후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가면서문 후보측의 기대와 달리 양자간 조기 회동은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이 와중에 당초 지난달 27일 예정돼 있던 안 전 후보 캠프 해단식은 지지자 투신 소동 등을 이유로 일단 연기됐다.
안 전 후보가 칩거 5일만인 28일 캠프 핵심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주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며 문 후보 지원에 대한 똑부러지는 입장을 내놓지 않자 문 후보측은 애를 태워야했다.
이 과정에서 안 전 후보가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비공개 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 후보측은 촉각을 세웠다.
◇5∼6일 숨막히는 막후조율..정수 축소 문제 '매개' = 문 후보측의 관심은 온통 3일 안 전 후보가 캠프 해단식에서 밝힐 발언에 쏠렸다. 하지만 이날 마저도 안 전 후보의 언급이 원론적 수준에 그치자 문 후보측은 실망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지난달 27일 공식선거운동 시작 후 좀처럼 반전의 모멘텀을 찾아오지 못했던 문후보로선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문 후보는 5일 용산의 안 전 후보 자택을 찾았으나 안 전 후보가 집에 없어 '헛걸음'을 해야 했다.
이후 6일 안 전 후보가 전폭 지원 의사를 공식 표명하기 까지 이틀간 양측 간에대화 채널이 숨가쁘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후보가 지지층의 마음을 문 후보쪽으로 돌리면서 선거 지원에 본격 나설 수 있도록 문 후보가 확실한 명분을 제공하는 방안이 조율의 주 내용이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핵심 주제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문 후보는 6일 오전 범야권 선거 공조기구인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네거티브 선거 지양 약속과 함께 의원 정수 '축소 조정' 등 새정치를 위한 구체적 실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원 정수 축소는 안 후보가 강조해온 정치혁신의 핵심으로, 앞서 새정치공동선언에 담긴 '조정'이란 표현을 놓고 그동안 문 후보는 '축소'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었다.
출범식 이후 안 전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문 후보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취했고,이후 문 후보측 노영민, 안 전 후보측 조광희 비서실장이 비공개로 만나 추가 실무조율을 벌인 뒤 만남 장소와 시간을 확정했다.
안 전 후보는 입장 발표문에서 "오늘 문후보가 새정치실천과 정당혁신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고 화답했다. 곧이어 성사된 두 후보의 회동에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손을 잡으면서 '아름다운 결말'로 귀결됐다.
◇安, 대선시간표 마지노선 날에 결단 = 안 전 후보의 이날 전폭적 지지선언은 '대선 시간표'상 더이상 지원을 미루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고비 때마다 시의적절하게 '타이밍'을 잡아왔던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 정치'에 다시 한번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3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에 안 전 후보의 지지효과가 지지율에 반영되기 위해선 '이번 주말 대회전'이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더욱이 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추격전에서 고전을 거듭해온 가운데 안 전 후보로서도 대선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적잖은 상황이었다.
지난 3일 해단식에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 안 전 후보 입장에선 대선 후 본격적인 재기를 모색하는데 있어서도 정권교체 기여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연대 출범식에서도 안 전 후보의 '결단'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등 안 전 후보에 대한 범야권의 압박도 전방위적으로 고조돼 왔다.
이에 더해 지원 발표 연기를 두고 캠프내 인사들간 관계이상설과 함께 캠프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면서 더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