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회과학부 수시 모집에 합격한 인천 부광고등학교 3학년 김준희(19ㆍ청각장애 1급) 군은 7일 합격 소감을 말하며 울먹였다. 힘들게 공부한 지난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
왼쪽 귀는 95데시벨 이상, 오른쪽 귀는 60데시벨 이상의 소리만 겨우 들을 정도로 고도 난청인 김 군은 3살 때부터 보청기에 의지했다.
당시 김 군이 다른 또래 아이들과 달리 말을 잘하지 못하자 '이상하다'고 생각한 부모는 김 군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
그 자리에서 '고도 난청이 진행 중이었는데 늦게 병원을 찾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말을 들었다.
김 군의 어머니 이화숙(44)씨는 "엄마가 무지해 아들의 장애를 더 키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힘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마음을 굳게 먹은 이씨는 김 군의 언어치료에 매달렸다. 보통 청각장애가 있으면 언어장애도 동반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 군은 4살 때부터 언어치료 교육센터를 다니며 큰 소리로 책을 읽는 연습을 했다. 집에서도 하루에 앉은 자리에서 1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발음 연습을 했다.
그런 노력으로 그는 비록 비장애인들처럼 완전하게 듣지는 못하지만 대화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김 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급 반장을 할 정도로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했다. 그러나 그도 다른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말수가 적고 자신감도 없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한국의 스티브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의 사연을 들었다. 탐사활동 중 불행하게 전신마비 장애를 얻었지만 꿋꿋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 활동을 하는 이 교수는 그 때부터 김 군의 본보기가 됐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서기 전 현관문 앞 거울을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며 노트 필기를 한 그는 수업 내용을 전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 군은 "쉬는 시간 친구들에게서 노트를 빌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교무실에 직접 찾아가 선생님께 여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수업 외에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열심히 들었는데 강사 선생님의 얼굴이 컴퓨터 화면에 클로즈업돼 있어 입 모양을 보기가 편했다"고 덧붙였다.
김 군의 담임 선생님인 이권형(47)씨는 "준희는 자신이 장애가 있으면서도 다른지적장애 학생의 공부를 1:1로 도와줄 정도로 의협심이 강한 학생"이라며 "대학에 가서도 원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더 바랄 게 없다"고 기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