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과라면 어떤 사과였을까. "사과는 사과하라"는 재판 판결에 따른 애플의 삼성에 대한 사과가 아닐까. 지난 11월 2일자 인민일보는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은 삼성(三星未侵權)에 대해 Apple( 果)은 신문에 사과문을 다시 쓰라(重寫)고 영국 법관이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또 하나 일본식으로 말하면 '미니 시미루'―뼛속까지 스며드는 사과라면 잘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동양에 번쩍 서양에 번쩍하는 가수 싸이의 과거사 사과가 아닌가 싶다. 그의 '바이러스 비디오'―'강남 스타일' 유튜브 접속이 9억번을 돌파, 사상 1위가 됐고 11월 28일엔 태국 국왕 85세 생일 경전(慶典)에, 8일(한국 시간 어제)엔 오바마 대통령 가족도 참석하는 백악관 공연 등 잘도 날아다니는 새 아저씨(鳥叔) 싸이가 왜, 무슨 사과를 한 것인가.

35살의 싸이가 20대였던 2004년 주한미군 철수 요구 반미집회에서 여러 차례 반미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8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그 노래 가사엔 소름이 돋는다. '이라크 포로를 고문한 f… Yankees(미군들)를 죽이자/ 고문으로 서서히 죽이자/ 그들의 딸들도 어머니들도 며느리들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자/ …'는 가사 중 'f…'로 처리한 욕설은 '갓 댐'의 damn 따위 대신에 쓰는 강의어(强意語)다.

싸이는 또 2002년 반미집회에서 미군의 모형 탱크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상세하게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다수 언론에 기사가 실리자 싸이가 부랴부랴 사과를 했다.

2012년은 미국 언론 표현대로 'viral pop hit(바이러스 팝)'―'강남스타일'의 말춤의 한 해로 저무는지도 모른다. 그런 30대의 싸이가 20대 때의 과거사를 사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6·25 혈맹국인 미국의 전사들, 그 후예인 양키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들인 줄도 모르고 불러댄 20대 때의 노래 '양키 죽이자'가 50대는 가서야 뉘우칠지도 모를 걸 30대로 앞당겨진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오로지 그의 말춤 바이러스 덕이다. 내년엔 말춤 말발굽들이 더욱 쾅쾅 지구를 울려대기를 기대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