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구 경기도 평가담당관
머릿속 지식이나 생각뿐 아니라 갖은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이런 것이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에는 지식을 얼마만큼 소유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였지만 지금은 지식을 창조하고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사회가 된 것 같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의 유형을 봐도 그렇다.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를, 즉 요지가 무엇이며 이로부터 전개되는 논리적 추론능력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대학입학학력고사는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정확하게 소유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었다면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처음 보는 지문을 제시하고 수험생의 '역량'의 수준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역량평가제도는 이미 미국·영국·캐나다 등 선진 외국 기업 등에서 직원 승진 및 채용을 위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제도이며 타당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성과가 아닌 미래비전에 대한 잠재력을 측정하는 평가로서 실무자가 갖추고 있는 능력과 달리 간부 공무원의 자질과 직위 수행 능력 검증을 위해 다양한 모의상황을 과제로 제시, 평가함으로써 피평가자의 리더십과 소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에서 간부 공무원을 선발할 때 사전검증 과정에서 이미 많은 중앙부처가 '역량' 평가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도 내년부터 과장급 관리자 선발 과정에서 '역량'평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과장급 간부공무원 역량평가제도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실시하는 제도다.

과거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승진임용 해온 기존 승진인사 제도와 다르게 간부 공무원으로서 직위에 걸맞은 역량을 소유하고 있는지 사전 검증을 받게 되는 본 제도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여년 이상 공직에 몸담아온 사무관들에게는 서기관으로 승진하면서 선물을 덤으로 받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역량' 평가를 준비하면서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과 방법, 그리고 인성에 대한 부분도 충실히 다지는 기회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리더는 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타인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경기도에서 시행예정인 간부 공무원 역량평가제도가 변화하는 행정환경에 부응하여 경쟁력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자리잡아 가길, 또한 선발된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