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공포에 시달리는 축산농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예방백신이나 소독약을 현장에서는 구할수조차 없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정부가 싯가로 수매한다고 공언했지만 가격은 싯가보다 훨씬 떨어진다. 중앙과 지방,머리와 손발이 따로노는 행정의 이원화현상이 구제역공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가슴을 새까맣게 타게하고 멍든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해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채 공익근무요원이 대문을 지키고 서있는 유정희씨(31·화성군 매송면 원평리)의 축사에는 출입금지 푯말 안에서 젖소 31마리가 6일 오후 주인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듯 처량한 모습으로 여물도 먹지않고 있었다.

5일 젓소 6마리에서 수포가 발견된 유씨의 농장에는 금줄이 쳐졌고 하루 300㎏씩 생산되는 우유는 출하도 못한채 버려지고 있다.

유씨는 “갑자기 터진 일이라 뭘해야할지 모르겠다.대책도 없고,의욕도 없다.이웃집도 가보지 못하는 처지가 답답하기만 할 뿐 죽고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젖소 30여마리를 사육하는 김모씨(33)는 “오늘 보니 젖소 몇마리가 콧물과 침을 흘리고 있었다.백신은 구경도 못했는데 소들은 병에 걸리고 이젠 모든게 끝난것 같다”며 대낮부터 소줏잔을 기울였다.

정부는 파주 구제역 발생이후 30만두 분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파주 10만두분,홍성 20만두분만이 공급됐을 뿐 나머지 지역에선 백신을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화성군 내에만 젖소 3만4천358두,한우 2만2천396두,돼지 15만893두,사슴 7천611두가 사육되고 있지만 이날에야 파주에서 사용하고 남은 5천두분의 백신이 공급됐을 뿐이다.

축산농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수매에 나서기로 했지만 돼지에 한정된데다 수출농가로 제한됐고 가격도 100㎏에 14만3천원선이라 시가에는 근접도 못한다.

도축제한이 확산돼 화성군 정남면 귀래리 신호유통에도 평소 돼지 1천마리,소 150마리를 도살해왔지만 파주 구제역발생이후 급격히 물량이 줄고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직원 100여명에게 사직서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화성군 마도면 청원 2리에서 돼지 1천여마리를 기르는 김영호씨(41)는 이곳까지 괴질이 확산되진 않았지만 불안감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가축이동을 통제한다며 군경이 동원됐지만 발안-마도간 지방도는 사실상 무사통과 상태고 소독약을 구입해 스스로 방역을 해야 하는데다 정부는 도축제한 거리를 발생지역 10㎞이내로 축소한다는 발표했지만 도축장에서는 20㎞를 적용하고 있어 다자란 돼지의 출하시기까지 놓치고 있다.

김씨는 “백신도 없고 소독약도 내손으로 구해야 하니 어떻게 해야하느냐”며 “앞으로 벌어지는 사태를 그저 앉아서 당해야 하니 속만 탄다”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華城=金鎭泰기자·jtk@kyeongin.com
/李東榮기자·dy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