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47)의 광범위한 로비의혹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백두사업(통신감청용 정찰기도입사업)은 어떻게 추진됐을까.

문민정부 시절 국방부 군무관리관으로 백두사업을 총괄지휘했던 권기대(權起大.57)예비역 육군준장은 4일 백두사업계획의 탄생배경과 사업추진 과정 등을 비교적 소상히 털어놓았다.

권씨에 따르면 백두사업계획의 태동시기는 월남전때 미군이 사용한 C-47 수송기에 휴대용 무전기를 싣고 원시적인 공중감청 활동을 벌였던 육군 모부대가 항공기가 너무 낡아 폐기처분키로 하고 국방부에 새로운 정찰용 항공기를 사달라고 건의했던 지난 87~88년이며 국방부는 예산문제로 이를 방치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가 지난 90년 "평택기지에서 운용중인 미육군 도청장비를 95년까지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하자 그때까지 통신감청 등을 대부분 미군에 의존하던 우리 군에 비상이 걸렸다.

국방부는 이때부터 현대식 전자장비를 갖춘 통신감청 시스템 구축사업을 서두르기로 하고 감청용 항공기 교체를 요구했던 육군 모부대의 건의내용에 뒤늦게 관심을 갖고 상세한 계획을 수립토록 지시했으며 91년에는 미국 등 관련장비 제조업체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행보를 빨리했다.

이에따라 이 무렵부터 미국의 E-시스템, TRW, 레이시온, 프랑스 톰슨, 이스라엘 라파엘사 등 세계 유수의 감청장비 제조업체와 펠콘, 호크-800기종 등을 생산하는 항공사들의 물밑 로비가 본격화됐다.

린다 김을 로비스트로 활용했던 E-시스템의 경우 권씨가 조사단을 이끌고 자사를 방문했을 때 이 전 장관과 공사동기생으로 한국내에서 자사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던 이모씨를 앞세워 권씨 일행을 영접했다는 것.

다른 경쟁업체들도 권씨 등 백두사업팀 관계자를 상대로 국내외에서 은밀한 식사초대, 선물공세, 향응제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을 시도해 왔다고 권씨는 전했다.

당시 국방부 정보본부장이던 이양호(李養鎬) 전 국방장관은 이 사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직책상 수뇌부에 정책 조언만 하는 역할에 머물렀으나 합참의장에서 국방장관으로 영전하기 직전에 권씨의 부대에 백두사업계획을 본격 재추진토록 지시하는등 94년부터 부쩍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권씨는 "이 전 장관이 합참의장 퇴임 수일전 우리들에게 백두사업을 본격 재추진토록 지시하고 장관 취임후에는 주요 사안을 꼼꼼히 챙겼다"면서 "린다 김의 로비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E-시스템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듯한 이 전 장관의 행동이 의아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