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헌정사 64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을 선택했다.

건국 이래 12차례 치러진 직선제 선거에서 여성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처음이고, 여성이 최고 권력자가 된 사례도 신라 진성여왕 이후 1천115년만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민생을 챙기는 첫 여성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별 득표율 분석
文 안방 부산서 60%대 득표
경남, 朴 '화끈한 지원' 과시

캐스팅보트 충청서 값진 승리
강원, 전통적 보수 표심 여전

호남선 두자릿수 득표율 달성
동서 표갈림 대물림 극복못해


대선 개표 결과, 88%가 개표된 20일 0시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서 박 당선자는 13곳, 문재인 후보가 4곳에서 승리했으며 표의 동서 갈림현상도 되풀이 됐다. 박 당선자는 영남에서 70%가 넘는 몰표를 받았고, 문 후보는 호남에서 90%에 가까운 압승을 거뒀다.

박 당선자는 '텃밭'인 대구·경북(TK) 두 지역에서 80%로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은 반면 문 후보는 전국 최하위 수준인 19%와 18%를 얻는 데 그쳤다. 박 당선자는 부산과 경남(PK)에서도 각각 60%, 64%의 지지를 얻었다.

PK는 14대 대선에서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에게 약 72%의 표를 몰아준 이후 줄곧 여권 후보에게 50% 이상의 표를 안겼다. TK에 이어 새누리당의 든든한 안방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해양수산부 폐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저축은행사태 등으로 민심 이반이 뚜렷해지면서 지지층 이탈이 심화, 박 당선자가 상당히 공을 들였던 지역이기도 하다.

강원에서도 박 당선자는 62%를 얻어 38%에 그친 문 후보를 큰 득표차로 제치며 전통적인 보수 표심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7년 15대 대선,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강원도 민심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며, 전국 표심(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엇갈렸다.

제주의 경우도 박 당선자가 50%를 득표해 문 후보가 득표한 49%를 1%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반면 호남지역은 박 당선자에 가혹했다.


박 당선자는 호남지역에서 여당 대선후보 최초로 두자릿수 지지율을 달성했다. 박 당선자는 광주에서 8%,전남에서 10%를 얻었다. 특히,전북에서 13%를 득표, 국민통합 대통령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수확이다.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보수진영에 각박했다. '이명박 대세론' 속에 치러진 17대 대선에서도 이 후보가 9%를 얻었을 뿐이다. 문 후보는 광주에서 92%,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90%, 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대 접전지로 손꼽혔던 수도권과 충청권은 박 당선자에게 승리를 안긴 지역으로 평가된다. 박 당선자는 경기와 인천에서 각각 50%, 52%의 득표율을 기록해 49%, 47%에 그친 문 후보에 앞서며 전국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다만 서울에서는 48%에 그쳐 52%를 얻은 문 후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박빙 승부로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 수도권은 항상 여당이 열세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를 총집결한 박 당선자가 수도권 지역에서 선전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의 스윙 스테이트'인 충청지역도 대선 개표 결과 박 당선자의 승리로 끝났다.

박 당선자는 충남에서 57%, 충북에서 56%를 얻어 두지역 모두 43%에 그친 문 후보를 여유있게 앞섰다. 두 후보가 각각 행정도시 탄생의 주역임을 내세웠던 세종시 역시 박 당선자 51%, 문 후보 48%로 박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충청권은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51%의 표를 몰아준 뒤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했다. 하지만 박 당선자가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면서 지난 4·11 총선에서 25석 중 12석을 차지하는 등 점차 새누리당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특히 박 당선자는 문 후보자와 안 전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 선진통일당과 합당, 이회창 전 총재의 영입 등 충청권 민심 붙들기에 주력,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새누리당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진행된 대선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전체 유권자 수의 약 10%를 차지하는 충청권은 1992년 이후 대선에서 여야를 오가며 항상 승자와 함께 했다. 실제로 14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다.

15대 대선에선 'DJP 연합'으로 역시 김종필 전 총재와 함께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16대는 행정수도 이전(세종시 공약)을 들고 나온 새천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17대에선 '대세론'을 형성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1위를 안겨줬다.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을 방증한 셈이다. /대선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