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5대 어젠다 제시

내년부터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호'의 국정운영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예고된 박근혜시대는 중산층의 폭을 확대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 확충을 통한 성장복지, 창조적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 등이 핵심 테마이다.

민생 대통령을 자임한 만큼 서민들의 복지정책을 보다 구체화 하고, 맞춤형 복지정책을 필연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국민적 공분을 받아온 사회 불신풍조도 개혁해 나간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높은 투표율로 국민의 관심을 받은데 이어 직선 개헌 이후 최초의 반수를 넘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어깨도 무거워졌을 터. 그동안 박 당선자가 주장한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등 각 분야별 어젠다를 중심으로 국정운영의 지표를 미리 점검해 본다.

1 정치·경제개혁

하우스푸어 출구 전략도… 대통령 4년중임 개헌

박 당선자는 정치쇄신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에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씌운 안대희 전 대검 중수부장을 영입,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에 임명할 정도로 과감한 정치개혁 의지를 내보였다.

정치권의 아킬레스건인 정당 공천제를 상향식으로 개편하는 동시에 국회의원의 특권인 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고, 면책특권마저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회 윤리위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해 국민 눈높이에서 감시기능을 확대키로 했으며, 공천에 있어서도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없애 중앙당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특히 종합 정치쇄신안을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해 정치권 변화의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에서도 경제민주화 정책의 근간을 만들어 나가면서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국민행복 10대 공약'의 첫머리에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나 민간 자산관리회사가 보유한 가계의 연체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장기간 나눠 갚을 수 있게 조정할 계획이다. 도덕적 해이 방지를 전제로 일반채무는 50%,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70%까지 채무를 감면해 준다는 것.

'하우스푸어'를 위해서는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마련, 소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공공기관에 팔고 매각 지분에 임대료를 내면서 자기집에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제도를 마련했다.

성장과 경제민주화의 접점을 위해 기존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은 고용 없는 성장 추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인 정보통신기술을 산업 전반에 활용하고 융합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 뉴딜정책'도 내놨다.

2 외교·국방정책

대북특사 활용 대화 재개… 장거리 미사일 전력화

박 당선자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특사 등을 활용, 균형잡힌 대북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러면서 남북간 든든한 신뢰 구축을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브랜드화시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마련한다.

아울러 한반도 외교국 양대 축인 미국·중국과의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새정부 출범 초부터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한미관계를 가늠할 것이며, 중국과는 현재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진일보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우익정권이 들어선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한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전력증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장거리 미사일의 조기 전력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또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 기존 군정권과 함께 군령권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현 정부의 군 상부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는 각 군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 여부가 재검토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박 당선자가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함에 따라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며, 군 복무기간을 18개월(육군 기준)로 단축하고 봉급을 2배로 올리는 공약을 제시해 둔 상태다. 특히 그동안 군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았던 복무기간 단축 문제가 새 정부 출범 후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을지 관심이다.

3 교육정책

2017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실현 선행학습 제한도

현 정부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계승하면서 교육복지 지원을 늘리는 것으로 정리된다. 2017년까지 완전 무상고교 무상교육의 실현 및 소득에 연계한 장학금 지원을 통한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켜 2014년까지 대학등록금의 반값이 완성될 수 있도록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 제도를 마련한다. 또 2016년까지 방과후돌봄 기능을 대폭 강화한 초등학교에 온종일 돌봄학교를 운영하면서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무상화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교육복지 공약이다.

입시정책은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선행학습을 제한, 사교육비와 학습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중학교 과정에서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코자 한 학기 기간의 '자유학기' 때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토론·실습·체험 등 체험활동을 주로 하고 학생부에도 이런 활동내용을 기록한다.

4 노동·환경정책

공공부문 근로자 정규직 전환… 사회보험 확대

기존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 등 과학기술을 융합한 고부가가치 신산업 육성을 통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학의 창업기지화를 통한 청년 창업 활성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통섭한 융합인재 양성, 벤처기업 활성화, 해외취업장려금 지급, 실버창업 등 지원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을 창조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새일자리 만들기 효과도 꾀하고 있다.

또한 법개정을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부문 근로자는 2015년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대기업에는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기업의 관행을 개선토록 한다.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하고 정리해고 사태를 방지키 위해 해당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게 해 정부의 특별지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사회보험 가입률이 40% 수준에 불과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 월급여 130만원 미만(2013년 기준)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 100%를 정부가 지원한다.

5 복지정책

4대 중증질환 내년보장률 85% 5세이하 무상보육

현재 75% 수준인 암·뇌혈관·심혈관·희귀성 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 간병비 제외)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2016년까지 10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득별로 3단계(200만원, 300만원, 400만원)로 돼 있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을 50만원 단위로 50만∼500만원까지 10단계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또 '기초연금' 도입을 통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과 증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있다.

특히 만 5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전 계층 가정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 계층에 양육수당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박 당선자측은 0∼5세 보육과 유아교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는 데 16조8천187억원이 소요되는 등 '행복한 여성'이라고 명명된 여성·보육·가정 관련 공약에 23조5천92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지출의 누수를 막고 실효성을 높이도록 범정부 복지정보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사·중복 복지예산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복지행정을 개혁할 예정이다.

/정의종·송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