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S라인', '회전문 인사'. 이명박 정권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한 말이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서울시청 출신들을 국가의 주요 보직에 대거 등용한 것을 두고 일컬은 일종의 비아냥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았던 측면도 있겠지만 실제로 앞에 거론된 출신들이 많이 중용됐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되면 선거때 혼신의 힘을 쏟은 측근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자신이 부리기 좋고, 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회전문 인사의 경우도 그렇다.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닐텐데 한 사람에게 돌려가며 자리를 주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자는 이를 인식한 듯 탕평인사와 통합을 원칙으로 내걸고 있다. 그래서 선대본부장을 지낸 '친박'의 좌장격인 김무성 전의원을 비롯한 많은 측근들이 공직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낙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멋진 사람들이다. 비서실장과 대변인들을 기용하면서도 박 당선자는 '친이'계를 중용했다. 이도 일단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임명을 놓고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보수 언론들마저 윤 대변인의 임명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처음부터 '옥에 티'라 할까?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윤 대변인의 임명에 대해 야당은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논평했다. 윤관석 의원은 윤창중 수석대변인에 대해 "48% 문 후보 지지자들에 대해 '국가전복세력', '반대한민국세력', '정치적 창녀' 등 온갖 막말을 대선 당시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에도 쏟아내고 있는 전형적인 국민분열 획책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언론들마저도 자극적인 표현으로 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연재한 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임명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지독한 고민 속에서 (수석대변인 수락을) 결심했다"며 "거절하려 했지만, 박근혜 당선자의 첫 번째 인사여서 거절하는 건 참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25일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인사를 겸한 첫 기자회견을 갖고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출연해 한 말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많은 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철학인 국민대통합과 약속 대통령, 민생 대통령의 의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명과 관련해 박 당선자와 개인적인 인연이 전혀 없고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고 했다.

박 당선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임명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우호적인 글을 많이 쓴 이백만씨를 홍보수석으로 임명한 것과, 윤창중 대변인이 야당측을 비판하고 박근혜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칼럼을 많이 연재한 때문에 임명된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아무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첫 인사에 대해 뒷맛이 남아있는 것 같아 개운치가 않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사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들을 주요 보직에 등용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섀도우 캐비닛'을 구성하는 즈음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링컨 루스벨트 레이건 오바마 등 많은 미국의 대통령들이 자신의 정적을 비서실장이나 장관 등 주요 보직에 임명함으로써 환영을 받았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보여줬다. 비록 정적이라 하더라도 실력과 덕을 갖추고 국민들로부터 신망받는 인물이라면 과감하게 발탁해야 한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에서 나타난 분열을 하나로 통합하는 길 중의 하나는 탕평인사다. 문재인 후보도 패배후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기대한다고 했듯이 통합, 포용, 상생이 국정운영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청나라 관리 심문규가 충언했듯 하늘은 한 세대에 충분히 쓰고도 남을 인재를 내려준다. 주위에서만 찾지 말고 높은 데서 눈을 크게 뜨고 인재를 골라야 시빗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