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을 도와 한반도와 본토에서 상륙작전 및 세균전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최초로 국내에서 공식 제기됐다.
창원대 사학과 도진순(都珍淳)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역사연구회(회장 方基中연세대 사학과 교수) 주최로 시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50주년 학술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전(1950-1953년) 당시 일본은 점령군으로 주둔
하던 맥아더 사령부와 자국의 국익을 감안, 인천 및 원산 상륙작전 때 소해정(掃海挺) 수십 척을 파견, 미군의 작전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화해와 통일을 위한 한국 전쟁인식의 과제"란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일본은 전쟁 초기 당시 한국의 지리사정에 어둡던 주일(駐日) 미군의 요청으로 구(舊)일본군에서 근무하다 해상보안청으로 편입된 해군병력과 소해정을 투입, 50년 9월 미군의 인천상륙작전과 10월의 원산상륙작전 등에서 해상 기뢰제거 작업을 벌였다고 미국과 일본에서 발간된 자료를 인용, 주장했다.
해상보안청은 또 일본이 앞서 한반도 점령 당시 축적한 한국의 해상 및 육상지형 조사자료와 항공측지 전문가들을 미군측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미군의 작전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도 교수는 작년 미국에서 발행된 "미국과 세균전" (The ited States and Biological Warfare, 미 인대애나대 출판부 간행, 스티븐 에디코트-에드워드 행어만 공저)란 책자에 따르면 1950년 10월 미국 합참은 다음해 말까지 세균전을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도록 예하부대에 지시했으며 51년 10월에는 구체적 작전단계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세균전 피폭대상도 북한지역뿐 아니라 중국 만주지역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발진기지는 군산과 대구 등 남한지역과 오키나와 등 일본지역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또 미군이 세균전과 더불어 최루성, 질식성 가스 등 화학무기의 사용도 했다는 참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한걸음 나아가 이들 세균ㆍ화학 무기의 실험대상으로 중국군, 북한군 포로들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실험장소로는 원산 및 거제 앞바다의 미함정과 오키나와 기지가 지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키나와섬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기의 주 발진기지였을 뿐 아니라 중국 및 북한군 포로들이 수감돼 스파이 교육을 받은 곳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나온 한국전 관련 전사자료에 기록돼 있다.
도 교수는 또 일본에서 발간된 '자료 세균전'이란 책자를 인용, 휴전후 미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환각제 'LSD'가 이들 기지에서 발견돼 이 물질의 중국군 및 북한군에 대한 생체실험 논란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도 교수의 이같은 주제발표에 대해 한 정통한 군사학자는 "그같은 주장은 그동안 루머로 떠돌거나 소수 국내외 전문학자들의 입에서 비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이 6.25전쟁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거론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학자는 이어 "도 교수의 발표한 내용은 미국과 일본에서 최근 쏟아져 나오는 한국전 관련 책자나 논문을 통해 구체적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며 "일례로 미군이 2차대전 당시 악명을 떨친 일본 관동군 세균전 부대 731부대의 잔존병력을 한국에
서 세균전을 벌이는데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전사학자는 50년 10월 미군의 원산 상륙작전 당시 총 43척의 일본 소해정이 원산 앞바다에서 기뢰작업을 펼친 사실이 일본의 책자에서 확인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또 당시 일본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진 이승만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부산항에서 자국 군수물자를 하역하는데 일본인 노무자들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이 전사학자는 말했다,
그는 미군이 당시 일본 노무자들을 동원한 것은 2차대전 때 대형 군용 수송선에 군수물자를 적재하거나 하역하는데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어 한국인들보다 군수품을 다루는데 능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수는 한국전에서 미군이 세균전을 벌인 것은 적 정예부대 무력화보다는 후방을 교란하고 전방과의 연계통로를 막아 한반도 중부를 횡단하는 감염지대를 설정, 전선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의학자들은 그동안 가을철 휴전선 일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유행성 출혈열이 당시 미군의 세균전 때문이란 주장을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북한측도 그동안 인천상륙작전에 일본군 6천명 정도가 미 제7보병사단과 10군단 산하 수개 사단과 연대에서 참전했다고 주장해왔다.
/연합
日6·25 상륙·세균전 참가 주장 제기
입력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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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6-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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