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병원 폐업 5일째를 맞은 24일 전국각 병원의 입원환자들과 보호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폐업과 더불어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데 이어 전임의들과 교수들이 차례 차례 폐업에 가담하고 23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 의사협회가 거부 의사를밝혀 폐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

대부분의 병원들이 긴급한 환자의 수술만 처리하는데도 벅찬 형편이어서 대부분의 수술 일정을 폐업 종료 이후로 미룬 상태이며 외래진료 일정도 제대로 잡을 수없는 실정이이어서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뇌혈관이 점점 좁아져 나중에는 막히게 되는 '모야모야' 병으로 지난 13일 서울중앙병원에 입원했다가 "아직 초기단계라 좀 더 지켜보고 수술을 하는 편이 낫다"는병원측의 설명에 따라 지난 19일 퇴원한 김모(12.여)양의 가족들은 걱정이 태산같아가슴을 태우고 있다.

입원중 2차례 발작을 일으킨 데 이어 22일 다시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찾아간김양의 가족에게 병원측은 "모야모야병 진행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심리불안으로 인한히스테리성 발작일 가능성이 크다"며 "입원하지 말고 집에 있으면서 신경정신과상담을 받아 보는 쪽이 좋겠다"고 권유했으나 이것도 내달 6일께나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해 입원비는 입원비대로 날리면서 기약없이 기다리며 불편해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환자들도 부지기수이며 병원측 권유로 퇴원한 입원환자가 병세 악화로 재입원하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10여년 전 담도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부위가 다시 아파 지난 2일 서울대병원에입원해 치료를 받다 지난 13일께 "단순 염증이 아니라 담도암이 재발한 것"이라는진단을 받고 수술날짜를 잡으려던 김모(79.여)씨.

김씨는 지난 17일 병원폐업을 앞두고 가퇴원해 충남 예산의 자택에서 요양중이었으나 구토와 오한 증세가 심해져 23일 재입원했다.

김씨의 아들 홍재근(59)씨는 "다들 가망이 없다고 했던 어머니를 살려준 의사들에게는 감사하지만 하루빨리 병원이 정상화돼야 제대로 치료를 받고 수술 날짜도 잡을텐데 솔직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의 불안이 해소될 전망이 보이기는 커녕 점점 더 깊어지고있다는데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일부 의사들이 입원실 환자들을 돌보고 있어 병원 업무가 전면마비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고 있으나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데다 환자를 돌보고있는 의사들도 연일 격무에 시달려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대란' 한가운데서도 동료들의 '왕따'를 피하려 몰래 야간에 회진을도는 전공의, 병원측에 사표를 내고서도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병원에 나와 일하는의대 교수 등 일부 의사들은 중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아직도 사람 목숨을 귀히 여기는 제대로 된 의사가 있구나'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24일 아침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7명의 전공의가 평상복 차림으로 '자원봉사의사-진료권 보장'이란 명찰을 달고 근무하는 것을 본 환자 보호자 김모(44.여)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맙다"면서 "의사선생님들이 하루빨리 흰색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