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가 이렇게 고마운 곳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의료계 집단 폐업 전엔 보건소를 거의 찾지 않던 주민들이 요즘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새삼 느끼는 고마움이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보건소의 위상이 병의원 휴·폐업 이후 한껏 높아졌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구보건소 진료실 앞 복도. 병의원들이 문을 닫고 있는 바람에 보건소로 발길을 돌린 수십명의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부 김정순씨(32·남구 주안 6동)는 “네살난 아들이 밤새 열이 심하게 올라 집에서 간단한 응급조치를 취하고 보건소를 찾았다”며 “환자들이 폭주하는데도 정성껏 진료해 주는 보건소 직원들이 무척 고마웠다”고 말했다.

평소 남구보건소를 찾는 환자는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의료대란 이후 소아과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 하루 평균 150여명 중 20% 이상이 소아과 환자일 정도다. 여기에다 폐업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반 초진환자들도 부쩍 늘고 있는 상태. 그러자 보건소 관계자들은 가슴을 졸이며 하루빨리 의사들이 정상진료에 복귀할 것을 바라고 있다. 보건소엔 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비밖에 없어 뼈가 부러지는 환자들이 찾아올 경우 다른 응급실로 보내는 등 애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한 이후 보건소 직원들은 쉴 틈 없이 환자들을 돌보며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일용직을 제외한 전체 36명의 직원들이 5-6명씩 돌아가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지만 관내 병의원 상황파악과 환자안내, 기본 행정업무 등을 수행하느라 지칠대로 지쳐 있는 것이다. 의사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2명의 의사가 하루 24시간씩 교대로 일하지만 하루종일 150여명의 환자를 혼자서 진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보건소 관계자의 얘기. 김인숙 간호사는 “그나마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야간 환자들이 적어 다행”이라며 “진료에 나선 병의원들도 조금씩 늘고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구보건소 김영함소장은 “관내 병의원에 직원을 보내 의사들이 진료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느라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