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는 확성기 소리가 자주 들린다. 차기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곳에 꾸려지면서 시민·노동단체 등의 기자회견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새해 들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비롯한 청와대 주변에서는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가 한 건도 열리지 않았다.

대신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은 인수위에 해고자 복직 등 각종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로 연일 떠들썩하다.

이날 하루에만 이곳에서는 4건이나 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오전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와 전국공무원노조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과 공무원노조 해고자 복직을 각각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도 사측의 노조 탄압이 계속되고 노동자가 자살하는 등의 사태 해결을 인수위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오후에는 시민단체와 대학생단체 등의 연대체인 '반값 등록금 국민본부'도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장학금 제도의 대대적 개선과 '보편적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했다.

이와 별개로 각종 현안 해결을 인수위에 요구하는 1인 시위자들이 몰리면서 금융연수원 정문 앞 인도가 빼곡히 들어찰 정도다.

한진중공업, 만도 등 사업장별 노동 현안 해결 촉구, KT 해고자 복직과 이석채 회장 퇴진 요구, 학교비정규직 철폐 촉구,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 철거민 사면 촉구 등 현안도 다양해 1인 시위자는 많게는 5~6명에 이르기도 한다.

인수위 앞은 국무총리 공관과 100m 이내에 있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옥외집회가 금지된 장소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인수위 앞 집회 신고를 문의하는 이들에게 신고가 필요 없는 기자회견을 열 것을 권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도 철거민단체 회원 등 많게는 7~8명이 연일 1인 시위를 벌인다.

이는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고 인수위가 꾸려진 이후 나타나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직후 같은 장소에 인수위 사무실을 차렸을 때도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이 잇따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임기 말인 청와대가 더는 권력의 중심이 아닌 만큼 차기 대통령의 인수위를 상대로 목소리가 몰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공식 취임하고 나면 다시 청와대 주변이 중심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