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책을 멀리하고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고 빈사 상태에 이른 출판 산업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지만 그 중심에는 현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이 놓여 있다.
빈사상태에 이른 출판산업
현정부 잘못된 교육정책 한 원인
EBS 출판권 밀어주기는
다양한 관점의 공교육 무너뜨려
'책나라 F.M 방송' 만들어지면
독서문화 다시 꽃피울수 있을까
특히 절대 권력의 교과서조차 무력화시킨 EBS 출판권 몰아주기는 다양한 지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을 앵무새 문제풀이 기술자로 전락시켜 마치 진시황이 지식인의 비판을 막기 위해 그들을 책과 함께 생매장한 분서갱유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중소 출판업자들, 다양한 저자들도 생매장되었다. 대신 EBS에 목맨 몇몇 출판업자와 인세 갑부가 된 선생님들과 저자들만 거대 공룡으로 거들먹거리게 하는 해괴한 공룡 시대를 열었다. 물론 현대판 분서갱유를 막지 못한 필자를 비롯한 지식인들, 교육자들, 출판인들, 정치가들은 그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급기야 아사 직전의 출판업자들이 힘을 모아 출판문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긴급 제안으로 지난해 말부터 '책나라 F.M 방송(임시제목)' 만들기 운동을 펴고 있다. 현장에서 하루하루 피를 말린다는 그들의 발기인 선언문은 분을 삭이는 수준을 넘어섰는지 너무도 장중하여 비장미까지 던져 준다. "오늘 우리의 빛나는 전통문화를 날줄로 삼고, 그동안 우리가 못 가진 외래문화를 씨줄로 삼아 '한국형 세계문화'라는 비단을 짜서 인류문명에 이바지해야 할 때에 이를 뒷받침할 한국의 출판문화산업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빈사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보다 더 장중한 호소가 어디 있을까. 해서 이 호소는 이렇게 이어진다. "이 지경에 이른 원인들을 굳이 따지기에는 너무 겨를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출판이 죽으면 학문이 시들고, 찬란한 예술도 꽃필 수 없으며, 과학·기술은 남의 흉내 내기에 바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산업은 말할 것 없고 경제도 허물어집니다. 출판이 무너지면 마침내 언론도 무너집니다.
따라서 출판문화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그 종사자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좀 더 곰곰이 생각하면, 안으로는 대학을 포함한 제도 교육의 문제이고, 국민 창조력의 문제이며, 밖으로는 정치·경제·사회, 곧 국가 총체적 저력의 문제이자 민족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새 정권이 제발 철저한 자아성찰로 독서와 출판에 관한 정책을 올바로 짜기를 바란다. 학부모들의 참고서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EBS 책으로만 공부하게 했다는 현 정부의 애절한 변명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영어참고서값을 줄이기 위한 정책은 왜 펴지 않는가. 많고 비싼 참고서값이 문제라면 공교육을 제대로 키우고 도서관을 더욱 발전시킬 일이지 EBS 공룡화로 공교육과 도서관을 황폐화하려 하는가.
지난 정권 시절에 학력고사나 수능 수석 합격자들의 한결같은 기자회견이 귓전을 때린다. "교과서만 보았어요." 교과서만 보았다는 것이 진실인지 의아스럽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그보다 더한 비극이 어디 있을까. 저런 영재조차 수많은 책을 멀리하고 교과서만 보았으니 말이다. 지금은 수석합격자 이벤트가 없어졌지만 수능에서 모든 과목 1등급 받은 수재들이 "EBS 책만 보았어요"라고 외치게 할 것인가.
교과서와 EBS책만으로는 다면 사고력을 전제로 하는 독서와 논술 교육은 불가능하며 그런 정책이야말로 학교와 공교육을 죽이는 지름길이다.
'책나라 F. M 방송'이 과연 빈사상태의 한국 출판문화산업의 활성화와 그들의 말대로, 전국 어디서 언제나 누구라도 책 읽기 문화를 즐기고 높여 마침내 전 국민을 '사색하는 인간' '생각하는 백성' 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임은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