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 전문가들은 화재 현장에서 화약고 역할을 하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줄이는 것만이 '참사와의 악연'을 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괴리된 법 제도의 손질과 난연 성능을 갖춘 심재의 시장성 확보 등도 주문했다.

패널 심재라도 불연성질 사용
공장용도 추후변경등 막아야
건축주 인식 전환 선행 절실


■ 박재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장 = 소방관 인명사고 대부분이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붕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연성 패널 사용에 규제를 받지 않는 건축물 대상(현행 창고건물의 경우 3천㎡ 미만)을 대폭 축소하고,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로 불연 성질의 그라스울 또는 미네랄울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로 가연성 건축자재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내화성능을 갖춘 건축자재로 건물의 주요 구조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 김흥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센터장 = 김 센터장은 당장의 제재·규제가 어렵다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만이라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얼음, 생수 등 화재위험이 없는 공장건물을 건설할 것처럼 허가받아 가연성 패널을 건축자재로 사용하고는 공장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다.

또 육안으로 패널 안 심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일부 시공업체·감리업체들이 불에 잘 타는 일반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을 마치 난연 스티로폼 제품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경우도 포함된다.

■ 이영주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교수 =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단열재 시장에서 수조원대 규모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일시에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는 대체재 부재 등의 이유를 들었다.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규제하는 건 부엌칼을 가정에서 추방하자는 논리와 같다는 것. 현재의 가연성 제품과 동일한 가격수준에 난연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 개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 신병진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팀장 = 불연성 패널의 사용은 결과적으로 건축주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불연성 패널 제품과 건축 단가차이가 크지 않아 불연성 제품을 의무화하더라도 건축주의 추가부담은 미미한 반면, 가연성 제품으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는 줄일 수 있기 때문. 결국 건축주의 인식전환이 먼저란 것이다.

신 팀장은 연평균 샌드위치 패널 화재의 피해규모를 20만2천여㎡로 가정할 때 불연성 패널로 신축할 경우 추가되는 공사비는 44억4천500만원으로, 소방당국 추산 연평균 피해액 526억7천800만원의 10%도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김민욱·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