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TV 프로그램에서는 자극적인 경험담 고백이 넘쳐난다.
거액을 사기당하거나
남 모를 질병을 앓거나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경우까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들이 넘쳐날수록
대중이 사안의 심각성에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경험담 고백의 단골 장소는 토크쇼다.
특히 SBS '강심장'이나 '자기야'처럼
입담 대결의 형식을 띤 집단 토크쇼가 주무대가 된다.

'강심장'에서 자살 기도 경험을 털어놓은 연예인들은 양동근·전혜빈·박지윤·선예 등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며, '자기야'는 공개적인 험담의 장소가 되기 일쑤다. 출연자들은 시댁과 남편·아내에 대한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KBS '승승장구'와 SBS '힐링캠프' 등 1인 토크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수 윤복희는 작년 11월 '승승장구'에서 낙태 경험을 털어놓았고, 그룹 부활의 김태원과 김정운 교수 역시 지난해 '힐링캠프'에서 자살 충동 경험을 고백했다.

이런 극단적인 경험담의 배경에는 화제몰이를 하려는 출연자나 제작진의 의도가 작용한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살 기도·거액 사기 등
'화제몰이' 도구로 전락
대중심리에 악영향 우려


다수의 토크쇼를 연출한 한 예능PD는 "연예인들이 작품이나 개인 홍보를 위해 토크쇼에 출연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출연자나 제작진의 의도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내용이 부각되는 경우도 많다. 한 방송 작가는 "토크쇼가 출연자의 삶을 다루다보니 굴곡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자살 기도나 사업 실패같은 '강한' 이야기에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더 크게 반응한다"며 "시청자의 반응에 제작진이나 출연자가 당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담이 대중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대 주은우 사회학과 교수는 "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통로로 작용하는데 극단적인 경험담이 TV에 넘쳐나면 시청자들이 그것을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자꾸 접하다보면 경험의 감수성이 무뎌질 수 있다"며 "시청자의 상상력을 안 좋은 방향으로 자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 차인표가 작년 3월 '힐링캠프'에서 유명인들의 자살 기도 경험담에 일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차인표는 "유명인들이 TV에 나와 '내가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어떻게 하려고 했다' 이런 말을 하면 절대 안된다"며 "힘들게 투병중인 아이들과 아이의 부모들이 TV나 뉴스에서 연예인들과 관련된 그런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희망이 없어지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유명 연예인 자살후 2개월동안 사회 전체 자살자 수가 일반적 추세보다 평균 600여명 정도 늘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연합뉴스
사진/KBS·SBS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