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소실된 자료를 요구하거나 입증이 불가능한 사항을 기준에 포함시켜 목숨을 바친 대다수 유공자들이 사장될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보훈처 관계자에 따르면 독립유공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독립운동단체에서 활동하거나 3개월 이상 옥고를 치렀어야 한다는 것.

특히 일제 당시 판결문이나 수감기록, 단체명부, 군자금 납부영수증 등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없으면 이 기준에 부합돼도 유공자로 선정될 수 없으며, 사망할 때까지 행적자료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다수 독립운동가들이 일제하에서 정식 판결을 받지 않은채 고문을 받다 숨진 사례가 많아 이같은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염석주선생의 경우 1927년 신간회 수원지회 부회장으로 선출돼 조선민족억압 법령철폐에 앞장서는가 하면 부친의 땅을 팔아 독립군에 군자금을 제공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 1944년 동포의 밀고로 체포, 18일간 고문을 받고 사망했다.

그럼에도 보훈처는 당시 염선생이 고문을 받았던 동대문경찰서의 조사기록이 없다며 유공자 선정을 5년 가까이 미루고 있다.

염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추천했던 안산 샘골교회 김우경장로(67·안산시 중앙동)는 “염선생의 독립운동 기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한민족독립운동사 자료집' 등에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는데도 유공자 선정을 미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더욱이 동대문경찰서의 조사기록은 6·25전쟁 당시 모두 소실됐다”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 강진갑 전문위원은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없어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광복후의 행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李宰明기자·jmtru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