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토크클럽 배우들' 출연진

배우들이 일회성 게스트에서 벗어나 TV 토크쇼에 도전, 신비주의를 벗고 자신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MBC '토크클럽 배우들'이다. 황신혜와 심혜진 등 9명의 배우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메인 MC가 없다.

배우들의 이야기로 온전히 프로그램을 꾸려가겠다는 게 제작진의 각오다.

최윤정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가진 배우들이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그 분이 MC일 수 있다"며 "다른 토크쇼보다 훨씬 입체적인 이야기가 있는 토크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희선은 다음 달 선보이는 SBS '강심장 2-마음을 지배하는 자' MC를 맡았다. 1990년대 이후 예능 MC 경험이 없다시피한 김희선으로서는 파격적인 도전이다.

▲ SBS '힐링캠프' MC 한혜진, SBS '강심장 2-마음을 지배하는 자' MC 맡은 김희선.

제작진은 "김희선은 숨겨진 매력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라며 "김희선의 인간적인 매력과 이야기 센스에 반했다"고 MC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카리스마의 대명사 최민수도 종합편성채널 JTBC의 '행쇼'로 토크쇼 MC에 도전한다. 최민수는 고교시절 국어 선생님이었던 주철환PD와 인연으로 '행쇼'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듬어지지 않은 최민수의 매력이 공동 MC를 맡은 박명수, 주철환 PD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기대다.

최근 이런 흐름은 제작진과 배우들의 요구가 맞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배우 MC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예능인과 다른 참신함이다. '배우들'을 기획한 박현석CP는 "배우들이 그동안 방송에서 노출되지 않은 인물들인 만큼 보여줄 것도 많고, 본인들도 하고자하는 욕구가 많다"며 "예능인과 일반인 중심이었던 예능 프로그램이 다변화하는 현상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는 고정된 이미지를 바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작품에서 단아하고 똑 부러지는 역할을 주로 했던 한혜진은 '힐링캠프' MC로 활약하며 친근하고 솔직한 이미지로 거듭났다.

SBS '강심장'의 이동욱 역시 숨겨놓은 입담을 뽐내며 유머러스한 면모를 드러냈다. KBS 2TV '승승장구'의 김승우 역시 3년간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진행력을 인정받았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릴 수 있어 오히려 예능 출연이 작품 선택에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토크쇼라는 장르 특성상 MC의 진행력이 중요한데 경험이 부족한 배우들이 자칫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SBS '고쇼'는 톱배우 고현정을 앞세웠지만 한자릿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고현정은 돌발 발언과 과도한 리액션으로 MC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또 예능 프로그램 속 잦은 노출이 연기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토크쇼 MC로서 자신을 자꾸 드러내다보면 이미지가 과도하게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대중이 배우의 연기를 받아들이는데는 배우의 이미지가 적지않게 작용하는데 이미지가 고정되면 연기 변신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