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온통 관심이 인수위원회 활동에 쏠려 있다. 불필요한 잡음과 혼란을 막는다며 지나칠 정도로 정중동(靜中動)하는 조심스런 행보에 답답함마저 느껴지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잘하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시작은 늘 새롭고 희망적이니 그간 선거과정에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토해 냈던 수많은 정치 공약을 순진하게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출발할 때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상실감 안겨 준 역대 정부 많아
모든 일 하겠다는 과욕 대신
경제주체 역할분담 시스템 필요
건설·부동산, 대표적인 예
규제보다는 시장의 힘 빌려야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들은 출발할 때의 국민적 기대감과는 달리 시간이 흘러가면서 정부 실패로 인한 상실감을 안겨 준 경우가 많았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서 한 나라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해 나가려면 실패한 정부보다는 성공한 정부가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정부가 성공하기를 굳게 다짐하고 이를 위해 최선의 준비와 노력을 다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실패하는 것일까?

최고 의사결정자의 능력과 리더십,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국민의 신뢰와 지지 그리고 참여 등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부의 법제도적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군주시대와는 달리 다원화된 사회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국가발전단계를 보더라도 후진국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 있지만 선진국으로 발전해 갈수록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상당 부분이 시장(市場)과 시민사회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마치 도시가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서 정부(공공)의 역할은 토지 이용의 원칙과 토지 이용에 필요한 기반시설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국한되고, 나머지 건물을 짓는 등 도시를 채워가는 것은 기업과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의 몫인 것과 같은 논리다.

정부가 성공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만심과 임기 내에 모든 일을 하겠다는 과욕을 버리고 지방정부, 기업, 단체,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역할분담의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정부의 힘보다 시장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 고사상태에 있는 건설, 부동산 분야가 대표적인데 과거 호황시절에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고는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장기적 불황시점에서는 뭔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정부에서와 같이 취득세 감면 시기연장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효과가 없다.

부동산 거래는 상호 거래하는 주체에 이익이 있어야 생겨나는 것이므로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활동에 중과세(重課稅)를 적용하는 한 거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중산층이 주택을 팔고 살 때 내는 세금이 몇 백만 원이면 되던 것이 지금은 중과세 시스템으로 몇 천만 원을 내게 되는데 그 이유는 부동산실명제와 실거래가제도가 도입되어 과표(課標) 자체가 현저하게 높아졌고 여기에 중과세를 도입한 결과이므로 이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다원화된 경제주체들 간의 힘과 역할을 균형있게 조정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이념에 매몰되어서도 안 되고, 여론에 휘둘려서도 곤란하며, 시기를 놓쳐서는 더욱 곤란하다. 비합리적인 부동산 규제를 풀어서 시장을 살리겠다고 공언하며 출범한 현 정부가 지난 5년을 무기력하게 보낸 것은 아쉽지만 새 정부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을 훼손하고 경제주체들의 활력을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 시장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 지방정부에 맡기면 더 잘 할 수 있는 일, 기업 혹은 개인의 활력을 활용해서 해야 할 일 등을 구분해서 상호 역할 분담을 체계화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만이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발은 다소 답답하고 미흡하지만 그 끝은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기를 기대해 본다.